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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문인들, 제21회 대산문학상 전 부문 휩쓸어

12월3일 시상식 예정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2013-11-06 06:31 송고 | 2013-11-06 10:39 최종수정
6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제2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선정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수상자들이 미소를 짓고 있다.제21회 대산문학상 4개 부문의 수상자는 시 부문에서 '훔쳐가는 노래'의 진은영(43), 소설 부문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의 김숨(39), 희곡 부문 '칼집 속에 아버지'의 고연옥(42), 번역 부문 영역 'The Jehol Diary 열하일기'의 최양희(81)다.왼쪽부터 진은영(훔쳐가는 노래) 시 부문, 김숨(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소설 부문, 고연옥 (칼집 속에 아버지) 희곡 부문. 2013.1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여성 작가들이 최초로 대산문학상 전 부문을 휩쓸었다.
대산문화재단은 6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21회 대산문학상 수상자와 수상작을 발표했다.

시·소설·희곡 부문의 수상자는 대산창작기금을 받은 젊은 여성 문인들로 △시 부문에서는 '훔쳐가는 노래'(창비)의 진은영(43) △소설 부문에서는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현대문학)의 김숨(39) △희곡 부문에서는 '칼집 속에 아버지'의 고연옥(42)이 상을 받는다. 번역 부문 에서는 영역 'The Jehol Diary 열하일기'의 최양희(81)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자는 올해부터 각각 인상된 상금 5000만원과 양화선 조각가의 소나무 청동 조각 상패를 받게 된다.
이날 행사에는 진은영, 김숨, 고연옥 등이 참석했다. 번역가 최양희는 호주에서 생활하는 관계로 본 시상식에 참여할 예정이다.

진은영의 '훔쳐가는 노래'는 "시적 화자의 정성스럽고 고결한 태도가 시를 품격 있게 만들면서 한국시의 미학적 지평을 새롭게 열어 보였다"는 이유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진은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굉장히 문학적인 행운"이라며 "누군가의 모범이 되는 종류의 시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전범이 될 순 없지만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특별한 어떤 것을 지닌 시로 나아가는 것이 소망"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진은영은 세 번째 시집인 '훔쳐가는 노래'를 두고 "잘 못하는 것들을 열심히 했다. 다른 시집보다 실패의 흔적으로 가득하다"며 "사회적 인정이나 이 정도는 해야 된다는 기대의 적정 수준에서 멈추는 문학은 안 하겠다는 게 지금 내 마음 상태"라고 언급했다.

소설 부문은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내세워 현대사회의 물신화된 관계를 냉정하게 비판했다. 하루 단 몇 시간 동안의 사소한 일상으로 마치 해부라도 하듯이 관계의 구석구석을 파헤치는 집요함이 대단하다"는 이유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이 선정됐다.

김숨은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내고 나서 소설가로서 내 자세를 많이 반성하고 초심으로 돌아갔다"며 "습작 시절처럼 소설에 많은 질문을 하고 고민하던 차에 주어진 상이라 남다르다"고 말했다.

김숨은 "나라는 존재도 그렇지만 나와 공존하는 타인들이 존귀함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그들을 바라보는 것과 모르고 바라보는 게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수상작을 쓰던 즈음에 깨달았다"고 짚어줬다.

6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제2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선정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수상자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제21회 대산문학상 4개 부문의 수상자는 시 부문에서 '훔쳐가는 노래'의 진은영(43), 소설 부문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의 김숨(39), 희곡 부문 '칼집 속에 아버지'의 고연옥(42), 번역 부문 영역 'The Jehol Diary 열하일기'의 최양희(81)다. 왼쪽부터 진은영(훔쳐가는 노래) 시 부문, 김숨(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소설 부문, 고연옥 (칼집 속에 아버지) 희곡 부문. 2013.1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희곡 부문에서는 '허구를 현실화시키는 글의 힘이 읽는 이의 멱살을 붙잡는 듯하기도 하고 시적 정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텍스트의 잠재성을 느낄 수 있다'는 평을 받은 고연옥의 '칼집 속에 아버지'가 수상했다.

고연옥은 "그간 대산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영광스러웠지만 어떤 해는 낙심하기도 했다. 자조와 자신감의 발로로 '난 영원한 비주류'라고 말하고 다니기도 했다"면서 "한국 연극이 더 앞으로 나아가고 발전할 수 있도록 연극 무대에 이바지하는 작가가 되려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고연옥은 수상작 '칼집 속에 아버지'가 "이 시대 싸움꾼들에 대한 이야기"라며 "누군가와 싸워도 자기 자신을 극복하지 못하면 실패할 것이고 그게 반복되면 시대의 불행이지 않나 싶어서 쓰게 됐다"고 소개했다.

최양희는 박지원이 한자로 쓴 'The Jehol Diary 열하일기'를 한국어 번역본까지 참고해가며 오류를 가장 적게 번역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최양희는 대산문화재단을 통해 "고전문학을 번역하는 가치를 인정받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해왔다.

최양희 전 호주국립대 교수는 1965년 호주로 이주해 50여년 동안 영어권에서 한국학 진흥과 한국 고전문학 번역에 매진했다. 최양희는 평론가이자 영문학자 고(故) 최재서의 차녀이기도 하다.

올해 대산문학상의 심사 대상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번역은 지난 4년)까지 단행본으로 출판되거나 공연된 모든 문학작품이었다. 희곡과 평론의 격년제 심사로 내년에는 평론 부문의 수상자가 결정된다. 시, 소설, 희곡 부문 수상작은 2014년도 번역지원 공모로 주요 외국어 번역돼 해당 언어권의 출판사에서 발간될 계획이다.

시상식은 오는 12월3일 오후 6시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다.


gir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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