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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수 회장은 채권단에 왜 미운털 박혔나?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13-09-08 21:59 송고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채권단에 '미운털'이 박힌걸까.

채권단이 강덕수 STX그룹 회장을 STX조선해양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자율협약 중인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금호그룹이나 팬택의 경우 워크아웃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경영권을 유지하도록 했다. 경영정상화를 이루면 회사를 되찾을 권리도 줬다.
반면 STX에 대해선 CEO 사퇴를 강도높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 강 회장의 퇴진압박에 대해 회사 측은 물론 STX조선해양 노조, 지역 협력업체들까지 반발하고 있다. 회사측은 채권단이 월권행위를 했다며 반발하는 의견서를 냈고 노조와 창원 상의도 채권단에 반대하는 건의서를 냈다.

채권단도 이같은 반발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예정대로 강덕수 회장 대신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을 신임 STX조선해양 사장으로 선임키로 했다. 지난 5일 경영추천위원회를 열고 9일 이사회, 27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대표 선임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채권단이 강 회장에게 경영권까지 박탈하며 강도높은 압박을 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련업계에선 STX그룹이 이명박 정부에서 누린 혜택 덕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산업은행에서 상당 규모의 신규 대출을 확보했고 정권의 비호를 받았다는 설도 나온다. 또 강 회장의 확장 지향적 경영 스타일에 대해 채권단이 불신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경제계는 과도한 투자 등 강 회장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필요하지만 유럽 시장에서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크루즈선 등 새로운 시장을 진출한 성과 등에 대해선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MB정부 비호로 산은서 대규모 신규대출?

채권단이 강 회장을 강도높게 압박하는 첫번째 이유로 전 이명박 정부로부터 비호를 받았다는 설이 꼽힌다.

STX조선해양은 경제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규모 대출을 확보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산업은행으로부터 단기차입금 2300억원을 융통했고 산업운용자금 1800억원을 확보했다. 2011년엔 단기차입금은 확보하지 못했고 산업운용자금은 703억원을 확보했을 뿐이다.

다른 은행들은 지난해 STX조선해양에 대한 대출금을 줄이거나 현상을 유지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를 두고 금융계 일각에선 산업은행이 STX에 '퍼주기 식'으로 자금을 대준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이 과정에서 정권의 비호까지 받았다는 설이 돌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명박 정부 시절 인사들과 선긋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 정권에서 힘을 받은 강덕수 회장과 STX조선해양에 대해서 더 가혹한 압박을 가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STX조선해양이 산업은행에서 대출을 확대한 것은 회사채 발행이 막힌데 따른 자금 융통 과정이다. 강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동향 출신이란 점에서 정권 교체에 따른 압박설은 맞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무리한 투자? 강 회장에 대한 불신?

정권 교체에 따른 압박이 아니라면 채권단이 강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 불신하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강 회장은 제2의 김우중이라 칭해질 만큼 샐러리맨 신화로 불린다. 30여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뒤늦게 창업해 대그룹을 이뤘다. 강 회장은 쌍용그룹에서 재무총괄 임원으로 재직하다 2000년 쌍용그룹 붕괴시 쌍용중공업을 인수했다. 이후 STX로 사명을 고치고 STX팬오션, STX조선 등 계열사들을 인수하며 재계 서열 12위까지 그룹을 키웠다. 강 회장은 2008년엔 유럽의 크루즈선사인 아커야즈를 인수했고 중국 다롄 조선소를 만들기도 했다.

강 회장은 지금까지 자본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인수합병으로 그룹을 키워오는 과정을 반복했다. 산업이 확대되는 동안 이같은 전략은 시너지를 내지만 업황이 악화되면 역시너지가 날 수 있다.

채권단은 강덕수 회장이 그룹이 성장하는 데엔 역할을 했지만 부실을 떨어내는 데엔 역할을 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조선 및 해운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적인 경영스타일보다 수성하는 경영스타일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나 팬택은 경영권을 유지해줬지만 SPP조선이나 성동, 대한 21세기조선 등은 종전 경영진에 경영권을 빼앗기도 했다"며 "자율 협약이 일률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고 필요에 따라 사안별로 경영권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계, "공동관리로 역할 줘야"

STX조선은 최근 자율협약 개시 이후 첫 수주를 따내기도 했다. 조선업황도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TX조선은 진해조선소에서 최근 아시아 지역 선주로부터 5만DWT급 MR탱커를 수주한 바 있다. 1척당 400억원 대로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적정가격대로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글로벌 조선 시황은 수주 물량이 크게 증가하고 선박제조가격도 오르는 등 업황 회복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경제계에선 강 회장에게 공동 관리로 일정 역할을 주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부실을 청산하는 과정은 채권단이 주도로 하되 업황 회복에 따른 수주 확대 등은 강 회장이 어느정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게 되면 경영권을 유지한다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며 "부실을 정리하고 회사를 관리하는 역할을 채권단이 도맡고 강 회장은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주 활동 등으로 기업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xpe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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