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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새 3명 성폭행, 그 발바리는 조기축구 선수…184명 당했다

대전 광주 논산 '전국구' 범행…성폭행 대명사 된 택시기사 [사건속 오늘]
아침 축구로 체력 단련, 낮 운전, 밤엔 악의 화신…20대 아들 딸 둔 가장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24-04-17 05:00 송고 | 2024-04-17 08:48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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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리는 짧은 다리로 여기저기 바삐 움직이는 애완견 모습에서 탄생한 단어다.

애완견을 뜻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볼일도 없이 이곳저곳을 잘 돌아다니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또 이성 관계가 복잡한 사람을 꼬집는 단어로도 사용된다.
이는 1980년대 중반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강철수 씨의 '발바리의 추억' 만화에서 유래됐다.

여기에 더해 '발바리'는 연쇄 성폭행범을 일컫는 말로도 사용된다. 바로 '대전 발바리' 이중구(1961년생) 때문이다.

◇ 같은 날 3명 성폭행…확인된 피해자만 무려 184명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인 2005년 4월 17일 밤 대전에서만 3명의 여성이 성폭행당했다며 신고했다. 인상착의, 수법이 모두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됐다.

2006년 1월 19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PC방에서 체포된 이중구는 대전에서 하룻밤 사이 3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범인이 자신임을 실토했다.

이중구가 '발바리'의 대명사, 발바리 중 발바리가 된 건 단군 이래 최대 성폭행범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경찰에 신고, 확인된 피해자만 무려 184명이었다.

1998년 2월 첫 범행 뒤 2005년 10월까지 93개월간 한 달에 두 번꼴로 성폭행 범죄를 저질렀다.

 대전 발바리 이중구는 대전에서만 38건의 성폭행을 저질렀다. (JTBC 갈무리) © 뉴스1
 대전 발바리 이중구는 대전에서만 38건의 성폭행을 저질렀다. (JTBC 갈무리) © 뉴스1

◇ 투룸에 여성 7명 묶어 놓고 3명 성폭행, 4명 성추행…'날 사랑한다고 애원해 보라' 요구  

개인택시를 몰던 이중구는 1998년 1월 말 한 여성 손님이 '택기기사가 지리도 모르냐'라는 핀잔과 함께 요금을 집어 던지자 격분, 2월 7일 밤 피해자 집을 찾아가 성폭행한 뒤 이상한 우월감과 성취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후 이중구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성폭행을 일삼았다.

택시를 몰면서 늦은 밤 혼자 집으로 들어가는 여성을 눈여겨봤다가 집 우편물을 통해 혼자 사는지 확인, 주로 가스 배관을 타고 침입했다.

또 흉기 없이 주로 새벽 4시에서 아침 8시 사이에 맨몸으로 들어가 집 안에 있는 물건 등으로 위협했고 수건 등을 이용해 피해자 손가락과 손을 함께 묶었다.

대부분의 여성은 위협하면 공포에 질려 덤빌 생각을 못한다는 점도 이용했다.

2001년에는 투룸에 침입, 집 안에 있던 여성 7명을 묶어 놓고 그중 3명을 성폭행하고 4명을 강제추행했다.

당시 이중구는 피해자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달라", "애원해 봐라"며 변태스러운 발언과 함께 "신고해 봤자, 넌 신분만 들통난다"고 위협했다.

◇ 남자 친구 앞에서도, 피해자 연락받고 돈 가져온 친구도, 한번 성폭행한 여성도 또

이중구는 임산부도, 시부모 자녀와 한집에 살고 있는 부녀자도 서슴지 않고 성폭행했다.

이중구는 '사람이 겁을 먹으면 움직이지 못한다'며 남자 친구가 보는 앞에서 여자 친구를 성폭행했다.

피해 여성에게 금전을 요구, 피해자 연락을 받고 돈을 마련해 온 친구마저 성폭행하는가 하면 한번 성폭행했던 여성의 집을 3달 뒤 또 침입해 성폭행, 피해자에게 지울 수 없는 악몽을 남겼다.

 2005년 6월 17일 논산 성폭행 현장 CCTV에 잡힌 이중구. (JTBC 갈무리) © 뉴스1
 2005년 6월 17일 논산 성폭행 현장 CCTV에 잡힌 이중구. (JTBC 갈무리) © 뉴스1

◇ 피해자들 한결같이 '작은 키, '왜소한 몸, 지독한 냄새, 빠른 움직임'

수사에 나선 경찰은 피해자들로부터 범인 특징을 들었다.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키가 작고 몸집이 왜소하다', '몸에서 지독한 악취가 났다'는 진술을 했고 유난히 행동이 재빠르다고 했다.

경찰은 키가 작은 범인이 신출귀몰하게 나타났고 범행 후 재빨리 달아났다는 점에서 '그놈 발바리 같네'라는 말을 여러 번 내뱉었고 이후 잡히지 않고 있는 범인을 발바리로 불렀다.

◇ 2004년 광주, 2005년 대전과 논산 범인의 체액…동일 인물

이중구가 잡힌 건 경찰의 집념과 과학수사 덕이다.

경찰은 2005년 4월 17일, 3명 연쇄 성폭행 현장에서 발견된 체액과 그해 6월 17일 충남 논산 성폭행 피해자 몸에 남은 체액에서 동일 인물의 DNA를 확인했다.

이에 경찰은 대전을 중심으로 일어난 성폭행 사건의 유사성을 검토하기 시작한 끝에 2004년 1월 4일 광주에서 발생했던 성폭행도 동일 인물의 짓이라는 데 주목했다.

현장에서 DNA 자료는 남아있지 않았지만 수건을 잘라 손가락과 손을 묶는 이중구 특유의 수법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2004년 1월 4일 현장 CCTV 속 차량과 2005년 6월 17일 논산 CCTV 속 차량이 같다는 사실을 파악, 차주가 이중구라는 점을 확인했다.

◇ 경찰 찾아오자 도망…이중구 아들 담배꽁초 통해 DNA 확인, 전국에 지명수배

2005년 말 경찰은 차량 소유주 이중구의 집을 찾았다.

맨발로 나왔던 이중구는 "양말을 신고 나오겠다"며 집 안으로 들어간 뒤 뒷문을 이용해 도망쳤다.

경찰은 이중구 집에서 아들이 버린 담배꽁초를 수거해 DNA 검사를 의뢰, 지금까지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체액의 DNA와 동일하다는 국과수 감정결과를 받아 들었다.

이에 경찰은 2006년 1월 13일, 이중구를 전국에 지명수배하고 이중구 체포에 총력을 쏟았다.

그러던 중 1월 18일 이중구가 서울에서 대전 집으로 전화를 건 사실을 파악, 형사 20명을 전화 발신지로 급파했다.

이어 이중구가 지인의 ID로 인터넷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19일 오후 4시 30분, 서울 강동구의 한 PC방에서 이중구를 붙잡았다.

2005년 1월 13일 전국에 지명수배 된 대전발바라 이중구.  (경찰청 자료) © 뉴스1
2005년 1월 13일 전국에 지명수배 된 대전발바라 이중구.  (경찰청 자료) © 뉴스1

◇ 체포 첫마디 "이제 후련하다"…"내 딸이 성폭행 피해? 그럼 괴로울 것"

20명의 형사에 둘러싸여 PC방에서 끌려 나올 때 이중구는 "이제 후련하다"라고 해 나름 8년여 동안 범행이 탄로날까 노심초사했음을 드러냈다.  

형사가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양심의 가책이 없냐"고 하자 이중구는 "내 딸이 성폭행당했다면 괴로웠을 것"이라며 고개 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구는 아들, 딸에게 자상한 아빠였든지 딸과 아들은 꾸준히 면회를 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키 157㎝, 왜소한 체구지만 조기축구로 단련…피해자로부터 뺏은 4000만원 모두 저금

이중구는 157㎝의 왜소한 체구지만 조기축구를 즐겼다.

조기축구회에서도 빠른 발로 유명했던 그는 주로 새벽시간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웠다. 밤까지 택시를 몬 뒤 '새벽 운동 갔다 오겠다'며 집을 나섰기에 식구들은 이중구가 그런 사람인 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술을 먹지 못했던 이중구는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바로 그 때문에 경찰에 위치를 파악당해 체포됐다.

한가지 특이한 건 이중구가 성폭행 피해자로부터 뺏은 4000만여 원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했다는 점이다. 이 돈과 함께 통장에 1억 4000만 원이 들어있어 돈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이 돈으로 몇몇 피해자들과 합의할 경우 형량에 참작 받을 수 있었지만 '왜 돈을 쓰느냐'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검찰 사형 구형…사람을 해치지는 않았다며 무기징역 형

이중구는 진술을 꺼린 피해자 등으로 인해 최종 127명을 성폭행(강간 77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성폭행 횟수 등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대다수 국민들이 엄벌에 처하길 바라고 있다"면서도 사람을 해치진 않았다는 이유로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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