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압수수색 전 사전심문' 두고 충돌…"모호성 해소" vs "기밀 노출"

대법원 형사법연구회·한국형사법학회 공동학술대회
법원 측 "과도한 압색 적절 통제"…검찰 측 "외국과 달라"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2023-06-02 18:23 송고
대법원(왼쪽)과 대검찰청. © News1 유승관 기자
대법원(왼쪽)과 대검찰청. © News1 유승관 기자

판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수사기관과 당사자를 불러 심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두고 법원과 검찰이 다시 부딪혔다.

법원 측은 의문점이 해소된 상태에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검찰 측은 영장 발부 과정이 길어져 실체적 진실 발견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법원 형사법연구회와 한국형사법학회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서 '압수수색영장 실무의 현황과 개선 방안'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토론자로 나선 장재원 대구지법 김천지원 부장판사는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 제도가 도입된다면 영장담당판사는 의문이나 모호성이 해소된 상태에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수사 필요성과 기본권 침해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한 압수 범위를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부장판사는 "특히 근래에 많은 논란이 있는 전자정보 등에 대해 사전에 선별 압수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혐의와 무관한 정보를 압수하는 것을 사전에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거인멸 우려가 큰 범죄자에 대해서는 다소 범위가 넓은 영장을, 그렇지 않은 피의자에 대해서는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한된 영장을 발부하는 등 제도를 적절히 운영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한문혁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부장검사는 "압수수색 관련 정보는 수사의 밀행성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수사기밀인데 사전 심문을 시행하면 수사기밀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 부장검사는 "범죄자들은 수사가 예상되면 즉시 증거인멸을 시도한다"며 "신속성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사전심문제가 도입되고 영장 발부 과정이 지연될수록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이념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경우는 법제가 다르고 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는 제도의 유례를 찾기 어렵다면서 "외국 제도를 섣부르게 도입하려는 시도는 우리가 그간 쌓아온 기본 이념을 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토론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발제를 맡은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장전담판사가 범죄혐의나 압수의 필요성에 의문이 있을 때는 수사기관은 물론 제보자, 정보원 등에게 물을 수 있어야 한다"며 법원 측에 힘을 실었다.

조 교수는 "사전심문제도는 신속한 수사를 마비시키고 방해하기 위한 제도로 설계된 것이 아니다"라며 "수사절차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이자 압수수색 적법절차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경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사전심문제는 득보다 실이 많고 무엇보다도 범죄 피해자 보호에 반한다"며 "제도 도입으로 자칫 법원의 수사기관화와 중립성 침해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사전심문제 도입보다는 영장전담 판사의 철저한 기록 검토로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압수수색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문제는 사후구제 절차 신설로 해결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제언했다.

앞서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법관이 임의로 대면심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형사소송규칙은 형사소송법 하위규칙으로 대법원에 개정 권한이 있다.

입법예고 직후 검찰은 신속한 범죄 대응에 심각한 장애가 생기고 범죄 혐의자가 증거인멸을 할 수 있다며 규칙 개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대법원은 이날부터 새 규칙을 적용하려 했다가 추가 의견을 수렴한 뒤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parksj@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