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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플레이션]①"콘서트 한번 가려면 수십만원"…등골 휘는 K팝 팬덤

유명 K팝 아이돌은 티켓값 20만원대…해외서도 불만 성토
지방 거주 팬들은 교통·숙박까지 부담…"단발성 알바 생각도"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박상휘 기자, 박동해 기자, 이정후 기자 | 2023-06-03 05:30 송고 | 2023-07-06 17:33 최종수정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K-POP 가수들이 총출동 한 가운데 ‘2018 드림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2018.5.12./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K-POP 가수들이 총출동 한 가운데 ‘2018 드림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2018.5.12./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지방 사는 학생 팬은 평생 콘서트 못 가는 거죠. 일반석은 15만원대, VIP석은 거의 20만원인데 부모님 지원을 못 받으면 꿈도 못 꿔요. 기차표값까지 포함하면 월세값이랑 비등비등한데 그걸 부모님한테 지원해달라고 하기에도 죄송하고요."

고등학생인 A양(17)은 국내의 한 유명 K팝 아이돌을 좋아하는 평범한 10대지만 또래 팬들만큼 '덕질'(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파고드는 일)을 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A양이 한 달에 받는 용돈 3만원으로는 콘서트는커녕 앨범 한 장 사는 것도 쉽지 않다.

뉴스1과 SNS 인터뷰에 응한 A양은 "물론 제가 (용돈을) 적게 받는 것도 한 몫 하지만 직전 컴백 앨범이 한 장에 1만9300원이었어요"라며 "세 종류의 앨범을 다 사려면 5만7900원이 있어야 하고 그걸 모으려면 두 달을 정말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하는 지경인 거죠"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사실상 종식되면서 K팝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산업의 활황으로 K팝 콘서트 티켓 가격이 가파르게 뛰어오르자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팬덤의 주축인 10~20대는 소비 여력이 부족한 탓에 '덕질'로 인한 경제적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가진 미니 5집 '이름의 장 : 템테이션(TEMPTATION)' 쇼케이스에서 타이틀곡 ‘Sugar Rush Ride’를 선보이고 있다. 2023.1.26/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가진 미니 5집 '이름의 장 : 템테이션(TEMPTATION)' 쇼케이스에서 타이틀곡 ‘Sugar Rush Ride’를 선보이고 있다. 2023.1.26/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 K팝 콘서트 '20만원' 시대…불과 4년만에 1.5배 껑충

뉴스1 취재에 의하면 작년과 올해 주요 K팝 아이돌 콘서트 티켓 판매가는 대체로 일반석은 15만원대, VIP석은 20만원에 육박한다.
작년 3월 열렸던 방탄소년단(BTS)의 'PERMISSON TO DANCE ON THE STAGE' 콘서트의 VIP석은 22만원, 일반석은 16만5000원이었고 올해 7월 예정된 세븐틴의 'FOLLOW TO SEOUL' 콘서트는 VIP석 19만8000원, 일반석 15만4000원에 티켓이 판매됐다. 지난 3월 열렸던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ACT:SWEET MIRAGE' 콘서트도 VIP석은 19만8000원, 일반석 15만4000원이었다.

NCT 드림과 샤이니, 레드벨벳, 트와이스, (여자)아이들 모두 올해 콘서트 티켓 가격이 전석 15만4000원에 판매됐다. 작년 10월 열렸던 블랙핑크의 'BORN PINK SEOUL' 콘서트의 블링크 스탠다드(일반)석은 15만4000원이었지만 사운드체크 이벤트 관람권과 스페셜 굿즈까지 포함된 플래티넘 핑크석은 26만4000원이었다.

대체로 10만원대 초반이었던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2019년 BTS의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콘서트는 전석이 11만원이었고 같은해 세븐틴의 'ODE TO YOU IN SEOUL' 콘서트도 전석 12만1000원이었다. 같은 아이돌 콘서트인데 불과 4년 만에 표값이 약 27~50% 정도 상승한 것이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해외에서도 K팝 콘서트 표값이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나온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태국에서는 올해 K팝 콘서트 티켓 평균가격이 5270바트(약 19만9300원) 수준으로 2019년 4470바트(약 16만9000원)에 비해 17% 가량 올랐다. 지난 5월 태국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블랙핑크 콘서트 티켓은 VIP석이 1만4800바트(약 55만9800원)에 판매됐다.

최근 판매된 BTS 멤버 슈가의 미국 콘서트 티켓은 정해진 가격 없이 실시간으로 값이 변동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시스템'을 적용, 무려 표 한 장에 1000달러(약 130만원)가 넘도록 가격이 치솟아 팬들의 반발을 샀다. 한 팬은 SNS에 '당신의 덕질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다이내믹 프라이싱 정책에 반대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이는 곧 다른 수천명의 팬들에게 공유되며 화제가 됐다.

◇ "알바라도 뛰어야 하나"…한숨 쉬는 1020 팬들

티켓값 외에도 지방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로 오고 가는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 등 지출비용까지 부담이 더 커진다. 콘서트 한 번 가는 데 드는 비용이 최소 30만원은 족히 넘는 셈이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 아이돌 콘서트장에서 뉴스1과 만난 곽채윤양(16)은 "콘서트 한번 가는데 숙박, 교통비까지 해서 40만원 정도 (든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 살고 있는 곽양은 이날 공연을 보기 위해 300㎞ 가까운 거리를 달려 서울에 왔다.

곽양의 아버지는 "가격이 많이 오르긴 했는데 아이가 보고 싶다고 용돈도 모으고 하니까 우리(부모)가 보태줬다"며 "지방에서 올라오면 교통비에 숙박비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건 맞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서울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K팝 아이돌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News1 박혜연 기자
지난달 서울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K팝 아이돌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News1 박혜연 기자

30대 직장인 B씨도 지방에서 콘서트를 가려면 교통비 기본 10만원에 숙소비, 식비, 굿즈 비용까지 최소 20만원에서 최대 40만원까지 추가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B씨는 '콘서트 가는 비용을 벌기 위해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경제활동을 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추가로 한 적은 없지만 요즘은 해야하지 않을까 가끔 생각한다"며 "오랜 시간을 투자하기엔 힘드니까 단발성 아르바이트를 찾아보고 있다"고 답했다.

세종시에 거주하고 있는 대학생 C씨(22)는 "옛날 같으면 (콘서트를) 이틀 다 갔을 텐데 부담이 되니까 하루밖에 못 간다"며 "값이 너무 올라서 쿠팡 (상하차 알바)라도 하루 갔다 와야 하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돌을 제일 많이 좋아하는 연령대가 고등학생, 대학생이 많은데 그 시기에 돈이 풍족하지 않다"며 "K팝을 좋아하는 주 소비자층 연령대를 생각해서라도 (값을) 조금 낮추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업계는 "물가 상승 때문" 항변…아티스트간 빈익빈부익부 현상도

업계에서는 인건비와 제작비 등 물가 상승분이 반영돼 '어쩔 수 없이' 콘서트 티켓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항변한다. 극심한 인플레이션 상황으로 인해 아티스트 개런티(출연료)는 물론 무대 구조물·장비 설치비용, 프로덕션 비용, 공연장 대관료, 안전 비용 등이 모두 상승했다는 것이다.

콘서트 표 한 장에는 보통 부가가치세 10%와 함께 저작권료 3%, 판매대행 수수료(예스24, 인터파크 등) 5%가 포함돼 있다. 대형 공연장의 경우 보통 매출액의 일정 비율에 따라 대관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콘서트일수록 비용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그 외에도 안전 강화를 위한 비용과 기술 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장비구매 비용 등을 감안하면 공연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시장이 커진 것처럼 보여도 실제 수익률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 공연 시작을 앞두고 팬들이 콘서트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2022.3.1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 공연 시작을 앞두고 팬들이 콘서트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2022.3.1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한편 K팝 아이돌의 해외 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글로벌 수요가 높아진 것도 개런티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결과적으로 아티스트의 인지도에 따라 공연업계에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유명 아이돌은) 글로벌로 수요가 있다보니까 당연히 희소 가치가 높아져서 개런티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공연기획사들도 돈을 벌기 위해서는 관객을 많이 모집할 수 있는 가수를 선호하다 보니까 신인이나 인디밴드 등 덜 유명한 팀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만약 한국에서 행사할 때 1억원을 받는다고 하면 외국에서는 그것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다"며 "1년에 할 수 있는 행사 숫자는 한정돼 있는데 (아티스트는) 녹음도 하고 연습도 해야 하니까 더 조건이 좋은 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박상휘 팀장, 박동해·박혜연·이정후 기자)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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