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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尹정부 1호 경찰청장이 '식물청장'이 되지 않으려면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22-07-06 06:01 송고
윤희근 신임 경찰청장 내정자가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열린 차기 경찰청장 임명제청동의안 심의위원회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7.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윤희근 신임 경찰청장 내정자가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열린 차기 경찰청장 임명제청동의안 심의위원회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7.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지난해 11월 윤희근 경찰청 차장(54·경찰대 7기)은 자신이 경찰청장 후보가 될 것이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당시 그는 경찰청 자치경찰협력정책관이었다. 계급은 경찰 서열 네 번째 경무관이었다.

그 다음달 경찰 세 번째 계급 치안감으로 승진한 그는 지난 5월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경찰청 넘버 투' 경찰청 차장으로 영전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윤 차장은 지난 4일 경찰 서열 1위 치안총감인 경찰청장에 내정됐다.
그가 경찰청장에 임명되면 약 7개월 만에 세 단계 계급을 오르는 초고속 승진의 역사를 쓴다.

그러나 그 앞에 놓인 것은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에 가깝다. '신임 청장은 독이 든 성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취임 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하나 같이 '역대급'이기 때문이다.

일단 경찰 통제 논란을 놓고 행정안전부와 경찰 간 갈등이 격해진 상태다. 차기 청장의 1순위 과제는 단식과 삭발 투쟁으로 경찰 통제안에 격하게 반발하는 내부 분위기를 수습하는 것이다. 
법무부 주관으로 마련된 검경 협의체도 신임 청장의 숙제다. 검경 협의체는 지난해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올해 9월부터 시행 예정인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의 후속 대책을 논의하는 기구다.

검경 실무진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는 검경 수사와 관련한 새로운 모델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역할에도 조정과 변화가 불가피하다. 신임 청장은 지난해 '수사권 조정'에 이어 올해 '검수완박' 시대를 맞아 경찰의 역할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

문제는 '눈앞이 가시밭길'일 정도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오는 8월 말 행안부 장관의 경찰 고위직 인사권을 강화하는 이른바 '경찰국'이 행안부에 설치될 예정이다.

경찰국이 신설되면 경찰 수뇌부가 청장보다 행안부 장관의 눈치를 더 볼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계급 정년이 있는 경찰은 인사에 매우 민감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경찰청장 내정 전 수뇌부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 청장이 취임 후 자신의 손발을 맞출 수뇌부 인사를 주도하던 전례를 뒤집은 것이다. 차기 청장은 취임 초 수뇌부 인사로 장악력을 높일 기회를 잡지 못하는 셈이다.

윤 내정자는 이와 관련해 "경찰청장도 인사 추천권을 갖고 있다"며 "인사 제청권이 있는 행안부 장관과 협의해 조화롭게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청장이 되면 본인의 인사권을 충분히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가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사권은 청장 리더십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경찰 서열 다섯번째 계급인 총경 이상 고위직 인사는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경찰청장이나 해양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 또는 해양수산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

만일 신임 청장의 추천권이 패싱되거나 무력화한다면 경찰 통제 논란을 둘러싼 우려는 현실이 될 수 있다. 당장 경찰 수뇌부부터 청장의 권위에 의문을 품을 것이다. '역대급' 과제 해결은 물론 경찰 수사 독립을 위협하는 외풍에 맞설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

일각의 우려대로 식물청장이 되지 않으려면 신임 청장은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 오는 연말 경찰 고위직을 포함한 정기 인사가 예정돼 있다. 윤 내정자는 누구보다 이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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