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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화이자·모더나 지원해도 무용지물?…'콜드체인' 부족한데

북한 보건의료전문가 "접종 경험 있지만, 콜드체인 부족"
대재앙 현실화…치료제, 방역장비, 진단키트도 필요할 듯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2-05-16 16:22 송고
오스트리아 비엔나 슈테판 대성당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서 화이자 백신 주사기가 준비된 모습. 2022. 2. 5.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오스트리아 비엔나 슈테판 대성당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서 화이자 백신 주사기가 준비된 모습. 2022. 2. 5.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사실을 공개한 지 나흘 만에 누적 발열자가 120만명을 넘어섬에 따라 백신 지원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숨은 감염자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은 현재 의약품 공급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정부를 비롯한 국제 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경험이 없는 북한에는 백신뿐 아니라 진단 시약과 마스크 등 방역 기초수단이 필요해 보이는데 '백신 냉장 보건'(콜드체인) 시스템의 완비 여부 역시 알 수 없다.

갖춰진 게 없다면 백신과 함께 지원해야 할 전망이다. 다만, 북한이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은 15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전국에서 총 39만2920여 명의 신규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했으며 8명이 사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이로써 북한이 코로나19 관련 집계를 시작한 지난 4월 말부터 누적 발열자는 121만3550여 명이 됐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은 15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전국에서 총 39만2920여 명의 신규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했으며 8명이 사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이로써 북한이 코로나19 관련 집계를 시작한 지난 4월 말부터 누적 발열자는 121만3550여 명이 됐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 의약품 공급 차질…국제적 지원 염두에 둔 사전 포석? 백신 받을까

김정은 총비서는 16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협의회를 소집해 의약품들이 약국에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실태를 지적하고 인민군에게 의약품 공급 사업을 맡기기로 했다. 또 당에 의약품 공급 정책을 법적으로 강력하게 집행하지 못했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김 총비서가 전면에 나서 의약품 부족 문제를 질책한 것은 국제 사회로부터의 지원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악의 경우 국제 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내포돼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온라인 백브리핑을 통해 "북한과 협의가 진전되면 본격적으로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백신 공여가 선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백신은 어느 정도 여유분이 있고 하반기 공급물량도 감안하면 상당히 여유분이 비축돼있다"며 "북한과 협의가 이뤄진다면 방역 당국으로서는 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기준 유효기간이 지나 폐기한 백신 물량이 누적 38만5587바이알에 이른다. 백신 잔여량은 이날 0시 기준 총 1443만4000회분이다. 또한 앞으로 연말까지 1억4000만회분의 백신이 들어올 예정이다.

◇"북한이 백신 제대로 활용할지 의문" 걱정되지만 우선 하루빨리 '필요'

일각에서는 백신을 지원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왜 국제 백신 공급 프로젝트 코백스(COVAX)의 지원을 거부했을지에 대한 의문점도 있다.

화이자·모더나 등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받아도 저온 상태를 유지하면서 배송할 '콜드체인'(초저온 유통체계)이 없어서 지원을 거부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거론된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60~90도,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에서 보관하다가 해동해야 해 보관·유통 방법이 까다롭다. 다만 노바백스, 얀센 백신 등은 2~8도에서 냉장 보관할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냉동고나 콜드체인까지 지원하는 등 접종사업 자체를 지원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공중 보건의료 체계는 물론 전기도 안 돌아갈 텐데 여러모로 열악한 상황일 것"이라며 "잔여 백신을 북한에 제공함으로써 피해가 줄었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신영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북한은 대규모의 백신 예방접종을 해본 경험은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0만명에 홍역 백신을 짧은 시간에 놔봤다"고 했다.

신 교수는 "탈북자들에 따르면 의료인이 지역민에 백신을 놓는 '호 담당 체계'는 있다. 인프라는 있지만 코로나19 백신을 관리할 콜드체인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건국 이래 대동란'을 겪고 있다는 북한 의지만 있다면 코로나19 백신 보관이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기술을 빌려와 하루빨리 접종하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다.

이어 "대규모의 백신, 진단키트, 보호구 그리고 대증요법에 쓰일 치료 약이 필요하다. 조건 없이 대규모로 신속히 지원돼야 할 텐데 북한은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북한이 그동안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국제 사회 지원도 거부한 데는 "부작용이 나타나도 제약사는 책임지지 않는 '면책조항'에 북한이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후보자 신분의 청문회 자리에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북한은) 우리의 백신 제공은 거부했지만, 코백스와는 계속 접촉이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중국 시노백과 아스트라제네카는 원하지 않고 모더나나 화이자를 원한다"고 해, 코백스가 북한에 콜드체인을 물었더니 북한은 "걱정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안 된 이유가 부작용이 생겼을 때 '면책 조항' 서명해야 하는데 그쪽(북한)에서 거부하는 모양"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콜드체인 이외 보건위생 관련 (물품)은 대북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백신 보관을 위한 물품이 제재 대상이라면 면제를 추진할 필요 있다"고 부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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