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전차는 달리고 배는 멈췄다 …1분기 실적 '희비'

전자·車·석화, 시장 예상 뛰어넘는 깜짝실적…구조조정 해운·조선은 앞이 캄캄

(서울=뉴스1) 산업1부 | 2016-04-29 06:00 송고 | 2016-04-29 09:15 최종수정
올해 1분기 기업들의 실적은 업종별로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글로벌 경기 장기 부진과 신흥시장의 수요 둔화로 인한 고전 속에서도 수출이 주력인 업종에선 저유가와 원화 약세의 도움으로 괜찮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전자는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시장을 놀라게 했고 자동차는 수출 부진에도 탄탄한 내수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석유화학도 깜짝 실적을 냈다. 
정부가 콕 집어 구조조정 대상 업종으로 분류한 해운과 조선, 철강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회생의 밑거름을 쌓은 곳도 있었지만 싸늘하게 식어버린 업황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았다.

 
 

◇ 전자 '화창'…비수기에도  '깜짝 실적'

전자업계는 비수기와 글로벌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1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시장 추정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7'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반도체가 선전하면서 1분기 6조7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반도체와 가전사업에서는 비수기와 수요침체에도 불구, 프리미엄 제품으로 경쟁사를 누르고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LG전자는 모바일 사업은 적자가 계속됐지만, 가전과 TV사업이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달성하며 7분기만에 분기 영업이익 5000억원을 돌파했다. 실적 효자인 가전과 TV사업이 실적을 견인하며 스마트폰 적자를 만회했다.

시장이 호평한 스마트폰 'G5'의 판매량이 반영되는 2분기에는 모바일 사업도 턴어라운드할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수급 불균형 등 대외 악재에도 전자업계는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반전을 이뤄냈다.

◇ 자동차, 개소세 인하 덕 내수 '맑음'…수출이 발목

1분기 자동차 시장은 개별소비세 인하로 내수에서 호실적을 냈지만 신흥시장 부진으로 수출이 발목을 잡았다. 업체별로 출시한 신차 판매가 늘면서 전체적으로는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1위 현대차는 중국과 신흥시장에서의 판매부진 등으로 영업이익이 5년여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매출액이 22조350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5%가 감소했다. 내수도 늘었다. 하지만 신흥시장 수요 부진 탓에 수출이 줄며 판매는 7.9% 감소한 94만6800대에 그쳤다. 그럼에도 매출 증가는 고급 브랜드 EQ900 출시와 SUV 판매가 증가한 덕분이다.

기아차는 1분기 형보다 나은 아우였다. 마진 높은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증가와 원화 약세 덕에 판매대수는 줄었지만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늘었다. 매출액은 13.2% 증가한 12조6494억원, 영업이익은 23.8% 늘어난 6336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다.

지난해 티볼리로 소형 SUV 붐을 몰고온 쌍용차는 올해 티볼리 에어를 추가 투입하며 1분기 81억원의 영업이익으로 1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2분기 연속 흑자기록이기도 하다. 매출은 8132억원으로 6.9% 늘었고, 수출은 6.5% 줄었지만 내수가 7.2% 증가해 판매도 2.3% 늘었다.

◇ 철강 '흐림', 판매 늘었지만 단가 하락 '불황형 흑자'

1분기 철강업종은 주요 업체들이 꾸준히 이익을 내면서도 매출이 정체되는 불황형 흑자 기조를 보였다. 철강업체들의 매출 감소는 철강재 판매는 늘었지만 제품 단가가 하락하며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 1분기 포스코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만톤 이상 많은 874만톤의 철강재를 판매했다. 하지만 매출은 1조원 이상 감소한 5조7671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5821억원으로 6.4% 감소했지만 매출 감소의 영향으로 영업이익률은 0.9%포인트 높아진 10.1%를 기록했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1분기보다 30만톤 가까이 판매량을 늘렸지만 매출은 6.4% 감소한 3조204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4.9% 줄어든 2560억원에 그쳤다.

두 업체 모두 철강재 판매가 늘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면서 일반 철강재보다 마진이 높은 고부가 철강재 판매 확대를 중점 과제로 추진 중이다. 또 최근 2년간 허리띠를 졸라매며 구조조정을 추진해 온 만큼 원가절감에 따른 이익률 상승도 기대하고 있다.

철강업종의 2분기 전망은 1분기보다 밝은 편이다. 각 철강업체들이 글로벌 철강재 가격 상승세의 영향으로 2분기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 조선 '흐림'…급한불은 껐지만 일감 줄어

구조조정의 중심에 있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1분기 실적개선이 확실시된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현대중공업은 1분기 영업이익 3262억원을 올리며 10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조선 부문은 저가 수주물량이 거의 해소됐고 자재대금 인하에 따른 재료비 절감, 환율 상승 등의 요인으로 엔진·전기전자·건설장비 등 비조선분야의 실적도 개선됐다.

지난해 1조5019억원의 적자를 낸 삼성중공업도 1분기 38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은 1분기에 적자폭을 크게 줄여 20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5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으나 이를 2013년, 2014년으로 분산 회계처리한 바 있다.

조선3사의 실적이 '바닥을 쳤다'고 평가받지만 진짜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수주절벽'이다. 올들어 조선3사 중 현대중공업 계열만이 총 5척을 수주했을 뿐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은 1건의 수주도 하지 못했다. 대우조선의 경우 해외 자회사 물량을 거제조선소로 이관했지만 신규 수주는 없다.

최근 김정환 현대중공업 조선부문 대표(사장)도 "올 상반기는 수주가 정말 힘들 것이며 하반기에도 예전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 석화 '맑음'…저유가가 오히려 도왔다

정부의 또다른 구조조정 대상 업종인 석유화학 업체들은 1분기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냈다. 저유가로 원료값은 내려갔지만 제품수요가 유지되며 마진폭이 커졌다.

특히 나프타(납사) 분해설비(NCC)를 보유한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등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LG화학은 1분기에 영업이익 457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3618억원 대비 26.5% 증가했다. 매출액은 4조874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4조9150억원에 비해 0.8% 감소했다.

롯데케미칼도 1분기 영업이익 473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1780억원 대비 166.1% 증가했다. 매출액은 2조684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2조7996억원 대비 4.1% 감소했다. 지난해 약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한화토탈은 1분기에만 3000억원의 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 전망도 밝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원유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감소하면서 에틸렌의 주원료인 납사가격도 하향 안정화 됐다"며 "원료 가격은 떨어졌지만 공급이 부족한 현상이 발생하면서 2분기 들어서도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나프타 가격)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항공 '맑음'…저유가-환차익-여객수요↑ 3박자 신바람

항공업계의 1분기 실적 추정은 밝은 편이다. 저유가 기조의 장기화와 환차익, 꾸준한 여객수요 신장세에 따라 호실적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2600억~27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0년 영업익 2770억원을 기록한 이후 6년여 만에 1분기 최대실적 달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수순에 돌입하면서 금융 리스크도 크게 덜었다.

폭발적 성장세를 보여온 제주항공의 성적표는 다소 주춤할 전망이다.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12.47% 줄어든 189억으로 집계됐다. 항공기 도입 및 정비 비용, 운항 차질에 따른 1회성 비용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작년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고려할때 무난한 실적으로, 2분기를 지나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의 전망은 우울하다. 단거리 노선이 많아 LCC(저비용항공)와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15.6% 하락한 654억원으로 전망된다.

◇ 해운 '우울'…나란히 자율협약 '동병상련'

나란히 자율협약에 돌입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적자가 예상된다. 고액의 용선료가 발목을 잡는 가운데 운임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해운 운임료는 지난해 4분기에 들면서부터 반토막이 났다. 이 추세는 1분기에도 그대로 이어져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진해운의 경우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지만, 1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 된다. 현대상선 역시 한진해운과 동병상련의 처지다. 증권가에서는 양대 해운사의 적자가 1000억원을 넘길 것이라고 보고 있다.


ptj@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