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 "美를 '멕시칸 아메리카'로 부르는 건 어떠냐" 트럼프에 반격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불러야 한다"는 트럼프에 재치 있는 일격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미국을 "멕시칸 아메리카로 부르는 것이 어떠냐"며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말을 받아쳤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셰인바움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오전 기자회견에서 1607년도에 제작된 세계지도를 보여주며 이 같은 농담을 건넸다. 미국이 건국되기 169년 전 영토를 나타낸 이 지도에는 북미권이 '멕시칸 아메리카'로 표기돼 있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지도를 가리키며 "(미국을) 멕시칸 아메리카로 부르는 것은 어떠냐. 꽤 이쁘지 않냐"고 웃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날 미국 동남부에 위치한 멕시코만의 명칭을 '아메리카만'으로 변경하겠다고 한 발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어 멕시코가 "근본적으로 카르텔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대통령 당선인은 정보가 부족하다"며 "멕시코에서는 국민이 통치한다"고 말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의 농담 섞인 압박을 일축하는 한편 미국과의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부와 협력하고 서로를 이해할 것이라 확신한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주권 국가로서 우리의 주권을 수호할 것"이라고 했다. 협력 분야로는 이민 억제·보안·마약 밀매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미국산 총기가 멕시코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데에도 매우 관심이 있다"고 했는데, 멕시코에서 압수된 총기의 약 75%가 미국에서 불법 밀수된 것임을 꼬집은 것이다.
멕시코는 2021년, 미국 총기 제조업체 7곳과 유통업체 1곳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해당 회사들이 마약 카르텔로 무기 유통되도록 조력했다고 비난했다. 이 사건은 하급심에서 기각됐지만, 현방 항소위원회는 지난해 100억 달러(약 14조 6000억 원) 규모의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오는 10월 이 사건을 심리하기로 했으며, 오는 3월 변론이 예정돼 있다.
총기 폭력이 빈번하지만 멕시코는 미국보다 총기 규제가 엄격한 편이다. 멕시코의 총기 매장에서는 1년에 판매하는 합법 총기가 50정 미만으로 제한된다. 아울러 정부는 최근 자발적으로 총기를 반납하는 사람에게 최대 1300달러(약 190만 원)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전부터 캐나다를 미국에 합병하고,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 통제권을 위해서라면 경제적·군사적 강제력을 배제할 수 없다는 등 팽창주의적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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