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종말인 줄"…시뻘건 거대 화마에 LA 주민들 패닉

"화염 열기로 이웃집 가스통이 '펑' 터져…이때 대피 결심"
"바람이 불어오면서 화염이 9~12m 높이까지 치솟았다"

8일 (현지시간) 이튼 산불이 발생한 캘리포니아주 앨터디너에서 불길에 휩싸인 주택과 차량이 보인다. 2025.01.0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각지에서 발생한 동시다발적 산불로 주민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LA 산불로 충격에 빠진 주민들의 반응과 모습을 전했다.

이튼 산불이 발생한 패서디나 주민 케빈 윌리엄스는 이웃집의 가스통이 산불 열기로 인해 폭발하기 시작했을 때 대피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그는 "바람이 불어오면서 화염이 9~12m 높이까지 치솟았고 '펑, 펑, 펑'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마치 전쟁터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불이 여기까지 내려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에는 산불에 대해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다만 "2번의 큰 폭발이 일어나 땅이 흔들렸고, 그때가 바로 빠져나올 때라는 것을 알았다"며 "용기를 낼 때가 있고 상식을 발휘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 주변이 화염에 휩싸이는 가운데 아내와 아들, 개 2마리와 도망쳤다.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서 발생한 이튼 산불로 인해 건물들이 불타고 있다. 2025.01.0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패서디나 컨벤션 센터에는 한밤중에 탈출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적십자 담요를 덮고 자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휠체어에 앉아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사람들에게 물과 바나나를 나눠줬다.

주민들은 이전에도 LA 외곽의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언덕에서 여러 차례 화재를 겪어 왔다. 그러나 강풍으로 인해 시골을 휩쓸고 지나간 불씨가 건물들을 불태우는 것을 보고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컨벤션 센터에서 휠체어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프란세스 코렐라(71)는 "몇 년간 화재는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과 개 3마리를 데리고 집에서 이웃 마을에 사는 자신의 어머니(104) 집으로 갔다. 그러나 산불이 그곳까지 번지려고 하자 패서디나로 이동해야 했다.

그는 "정말 슬픈 일이고 이런 일은 기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튼 산불이 발생한 곳 근처인 샌가브리엘산에서 사는 토마스 허친슨(66)은 집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이 집에서 연기를 본 것과 휴대전화로 대피 문자를 받은 것이었다.

8일 (현지시간) 이튼 산불이 발생한 캘리포니아주 앨터디너에서 불길과 검은 연기가 솟아 오르는 아파트가 보인다. 2025.01.0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장애가 있는 그는 911에 전화했지만, 누구도 그를 도울 수 없었다. 다행히 그는 지나가는 구급차를 불러세워 대피할 수 있었다. 또 '러스티'라는 이름의 애완견도 데려왔다. 그는 "개를 데려가지 못하게 했다면 집에 머물렀을 것"이라며 "개 없이는 어디도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팰리세이즈 산불로 대피령이 내려진 산타모니카 남쪽의 베니스에 사는 마이크 컨스(62)는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병원 진료를 마치던 중 거대한 연기가 산을 10분 만에 집어삼키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이 장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에 "영화 같았다"며 "세상의 종말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시작된 LA 산불은 퍼시픽 팰리세이즈 산불과 패서디나에서 발생한 이튼 산불에 이어 허스트 산불 등 총 5건의 산불이 아직도 확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적어도 여의도 면적(290헥타르)의 약 37배인 1만 684헥타르(약 106.8㎢)가 불탔고 최소 5명이 사망했다. 소방 당국은 시속 129㎞에 달하는 강풍과 소화전 고갈 등으로 인해 산불 진압에 고전하고 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