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동시다발 산불, 여의도 면적 37배 태우고 5명 사망…15만명 대피(상보)
시속 129㎞ 강풍·인력부족·소화전 고갈 등으로 진압에 어려움
진압률 0%·학교 수백곳 휴교…사상 최악의 산불 될 거란 전망도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산불 5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최소 5명이 사망했다. 산불로 불탄 총면적은 여의도 면적(290헥타르)의 약 37배인 1만 684헥타르(약 106.8㎢)다.
CNN 방송, AFP통신 등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LA 카운티에서 5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7일 LA 서부의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은 팰리세이즈 동쪽의 말리부와 서쪽의 산타모니카까지 확산했다. 팰리세이즈 산불은 지금까지 총 6394헥타르를 태우고 최소 1000개 이상의 건물을 파괴해 LA 카운티에서 발생한 산불 중 파괴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 산불로 인해 4만 4800여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LA 동부 패서디나에서 발생한 이튼 산불도 빠르게 확산해 총 4290헥타르를 태웠다. 이로 인해 100개 이상의 건물이 파괴됐으며 10만 7000여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LA 동북부에서도 허스트 산불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3300여 명에 대한 대피령이 내려졌고 적어도 202헥타르가 불탔다.
이 외에 팰리세이즈 북부 산페르난도 밸리에서 우들리 산불이, LA 동북부 산타클라리타에서 리디아 산불이 8일 발생해 각각 12헥타르, 20헥타르가 불탔다.
LA 카운티 보안관인 로버트 루나는 이번 산불로 인해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사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루나 보안관은 "현재 상황이 유동적이고 화재는 전혀 진압되고 있지 않다"며 "더 이상 (사망자를) 찾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산불로 인해 LA 각지에서 다수의 부상자도 나왔지만, 정확한 부상자 수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150만 가구 및 사업체에 전기가 끊긴 상태다.
LA 통합교육구 대변인은 팰리세이즈에서 고등학교 1곳과 초등학교 2곳이 산불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패서디나에서도 학교 5곳이 중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에 LA 통합교육구는 산불 영향권에 있는 교육구 소속 학교 200곳에 휴교령을 내렸고, 이튼 화재가 발생한 패서디나 교육구도 1주일간 휴교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알함브라, 글렌데일 등 19개 지역도 추가적인 휴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명한 배우들을 포함한 주민들은 도로가 막히거나 통제돼 걸어서 대피해야 했다. 배우 윌리엄 맥나마라는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차를 몰고 애완동물을 구하려다 고속도로에 갇혔다. 애완동물을 구조하고 입양하는 단체에서 일하는 그는 CNN 방송에 "이런 일을 본 적이 없다"며 고속도로가 막혔기 때문에 애완동물 구출에서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기상업체 아큐웨더를 인용해 LA 산불 피해 추정액은 520억~570억 달러(약 75조~83조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LA 주변에서 4건의 화재가 발생했지만, 현재 산불 진압률은 0%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소방당국은 인력과 자원 부족에 최대 시속 129㎞에 달하는 '악마의 바람'까지 겹치며 산불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풍은 헬리콥터 등을 동원한 상공에서의 산불 진압 작전도 중단되게 했다. 다만 8일 캐런 배스 LA 시장은 팰리세이즈에서 모든 LA 소방국 항공 작전이 재개됐다고 밝혔다.
게다가 8일 오전 3시에는 물탱크의 수압이 낮아져 팰리세이즈 산불 진압에 필요한 소화전의 물이 고갈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시민들에게 물 사용을 줄일 것을 촉구했다.
앤서니 마론 LA 카운티 소방서장은 "1건이나 2건의 큰 산불에는 대비가 됐지만, 4건은 아니다"라고 화재 대응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지금 여러 건의 산불에 대응할 충분한 인력이 LA 카운티에 없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일부 소방관은 36시간에서 48시간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이에 백악관은 8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산불 대응을 위해 캘리포니아에 대해 대규모 재난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 자금과 자원이 산불 진압과 피해자 지원에 투입될 수 있다. 연방재난관리청(FEMA)도 캘리포니아의 산불 진압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화재 관리 지원 보조금을 승인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산불 진압에 방위군 인력을 투입했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번 산불이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LA 캘리포니아대 기후과학자 다니엘 스웨인은 "팰리세이즈 산불이 캘리포니아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피해가 가장 큰 산불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현재까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산불은 2018년 캘리포니아 북부의 작은 마을인 파라다이스 마을에서 발생한 캠프 산불이다. 이 산불로 인해 85명이 숨졌고, 캠프 산불 다음으로 피해가 가장 큰 산불 7건으로 파괴된 건물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건물이 파괴됐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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