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국 휩쓰는 패스트푸드 가성비 전쟁…누구를 위한 대결인가[통신One]

소비자보다 브랜드 이익에 초점…품질 저하 및 지속 가능성 우려 커져

캐나다에서 판매되는 가성비 패스트푸드 메뉴. 가격은 낮지만 품질은 의문을 남긴다./2024. 12. 09/ ⓒ 뉴스1 김남희 통신원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캐나다의 패스트푸드 업계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대대적인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맥도날드·웬디스·팀홀튼과 같은 대형 브랜드들은 '가성비'를 강조하며 저렴한 메뉴와 프로모션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매출 상승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할인 경쟁이 소비자들에게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가격만 보면 소비자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처럼 보인다. 1달러(약 천 원) 커피, 4달러(약 4000원) 맥밸류 세트, 6달러(약 6000원) 콤보 메뉴 등은 부담 없는 가격으로 끼니를 해결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이 반드시 좋은 것일까?

영양학자들은 이런 할인 전략이 음식의 품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한다. 한정된 원가로 음식을 생산하려다 보면 저품질의 재료를 사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양학자 마리앤 브라운은 "저렴한 패스트푸드가 영양 불균형과 같은 건강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라며 경고했다.

저가 전략은 소비자뿐 아니라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대량 생산 시스템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식품 폐기물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매년 수천 톤의 음식이 폐기물로 버려지고 있다. 할인 메뉴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문제는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플라스틱 포장재의 사용 증가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환경 단체들은 패스트푸드 업계의 일회용 포장재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촉구하고 있지만, 저렴한 생산비용을 추구하는 경쟁 속에서 이러한 요구가 실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할인 경쟁의 또 다른 이면은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부담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운영비를 절감해야 하고, 그 결과로 직원들의 근무 환경과 처우가 악화할 수 있다.

토론토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 직원인 에밀리는 "할인 행사가 시작되면 매장은 더 바빠지지만, 추가 인력은 거의 배치되지 않는다. 일은 많아지고 스트레스는 커지는데, 임금은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 단체들은 패스트푸드 업계가 직원 복지를 희생하면서까지 가격 경쟁에 치중하는 것을 비판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나친 가격 경쟁은 기업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때 품질과 독창성으로 사랑받았던 브랜드들이 할인 전략에만 의존하다 보면 소비자 신뢰를 잃고, 결국 시장에서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를 인식하고 다른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피자 체인과 고급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은 저가 경쟁 대신 고품질 재료와 차별화된 메뉴를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MTY 그룹의 CEO 에릭 르페브르는 "가격보다 음식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런 경쟁 속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소비자다. 가격만을 기준으로 음식점을 선택하기보다는 음식의 품질·영양가·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소비자의 약 30%가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기보다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음식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한 소비자는 "할인된 메뉴는 당장은 매력적이지만, 장기적으로 내 건강과 환경을 위해 더 좋은 선택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 업계의 치열한 가격 전쟁은 당장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할지 몰라도, 그 이면에 숨은 문제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음식의 품질, 직원 복지, 환경적 영향을 고려할 때 이 경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소비자와 업계 모두가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가치를 추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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