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험사 CEO 살해 혐의 명문대 출신 男 체포…"미 재계에 적대감"
지역 명문가에서 태어나 고교 수석 졸업…테러범 미화하기도
보험업계에 대한 분노에 범행 정당화까지…"하마스 칭송같아" 지적도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유명 보험사 유나이티드 헬스케어의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톰슨 피격 사건의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로이터통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제시카 티쉬 뉴욕경찰국(NYPD) 국장은 경찰이 루이지 만조니(26)를 펜실베이니아주 앨투나에서 총기 관련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체포 당시 맥도널드 매장에서 식사 중이던 만조니는 그가 피격 사건 용의자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한 매장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만조니는 3D 프린터로 제작한 권총인 '고스트 건'과 소음기, 그리고 마스크를 갖고 있었다. 또한 미국 여권과 여러 위조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었고 그중 하나는 용의자가 뉴욕의 호스텔에 체크인할 때 쓴 것과 일치했다.
만조니는 그가 쓴 3페이지짜리 문서에서 미국 재계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경찰은 이 문서가 만조니의 범행 동기를 드러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은 만조니의 단독 범행이며 그가 국외로 탈출할 계획은 없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경찰은 만조니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연고지가 있으며 가장 마지막 주소지는 하와이주 호놀룰루에 있다고 덧붙였다.
만조니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컨트리클럽과 양로원을 운영했으며 그의 삼촌은 공화당 소속의 니노 만조니 메릴랜드 주의원이다.
그는 2016년 연간 학비가 3만 8000달러(약 5400만 원)에 달하는 볼티모어의 길만 스쿨이라는 사립 남자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아이비리그 학교인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컴퓨터과학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곳에서 그는 비디오 게임 개발 클럽을 만들기도 했다.
당시 만조니의 대학교 친구 중 한명은 그를 "정말 평범하고 똑똑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는 "이런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만조니는 중고차 및 신차 거래 중개 사이트인 '트루카'(TrueCar)에서 데이터 엔지니어로 2023년까지 일했다. 만조니의 소셜미디어 '링크드인' 계정 프로필에 따르면, 그는 비디오 게임 개발사인 '픽사릭시스'(Fixarixis)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만조니는 페이스북과 독서 리뷰 사이트인 굿리즈(Goodreads) 계정도 보유했다. 페이스북에는 친구와 여행 사진을 올렸으며 수학 공식, 일본 출산율, 보수 성향의 전직 폭스뉴스 앵커인 터커 칼슨 관련 게시글 등을 올렸다.
굿리즈 계정에는 시어도어 카진스키가 쓴 책에 별 5개 만점에 4개를 줬다. 수학자였던 카진스키는 직접 만든 폭탄으로 1978년부터 1995년 사이 3명을 살해하고 20명 이상을 다치게 했다. 카진스키에 대해 만조니는 "그의 관점에서 보면 테러리즘이 아니라 전쟁과 혁명"이라며 그의 행동을 "극단적인 정치 혁명가의 행동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4일 발생한 톰슨의 총격 사건은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미국 전역에서 큰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시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보험업계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조성되고 있다. 미국 보험업계는 높은 보험료와 보험금 지급 거부 관행으로 악명이 높다. 미국 상원은 지난 10월 유나이티드 헬스케어의 '급성기(질병·부상 초기) 이후 치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 거부율이 2020년 11%에서 2년 만에 23%로 증가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보험업계에 대한 분노가 톰슨 살해 미화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악질적 보험업계 관행에 분노한 사람들이 "총격범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은 인민의 적"과 같은 톰슨 살해를 미화하는 온라인 게시물에 크게 호응하고 있다며 이런 마음가짐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순교자'를 칭송하는 움직임이나 2021년 1·6 의사당 폭동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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