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험사 CEO 살인범, 탄피에 보험업계 겨냥 "거부, 방어, 축출"

조지아에서 버스로 이동…호스텔 체크인할 때 가짜 신분증·현금 사용
범인이 쓴 컵·휴대폰 발견해 분석중…주요 보험사, 경영진 경호 강화

뉴욕경찰국(NYPD)가 공개한 보험사 CEO 피살사건 용의자. (사진은 NYPD X(옛 트위터) 게시물 갈무리)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의 최대 보험사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톰슨(50) 피살 사건의 용의자 신원과 범행 동기가 여전히 오리무중인 가운데, 이번 사건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CNN,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용의자는 4일(현지시간) 오전 6시 45분쯤 맨해튼의 힐튼 호텔에서 투자자 회의에 참석하러 가던 톰슨을 소음기를 부착한 권총으로 쏴 살해한 뒤 톰슨의 소지품을 챙기지 않고 현장을 떴다. 톰슨은 7시 12분쯤 사망이 확인됐다.

CNN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용의자가 지난달 24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버스를 타고 뉴욕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그는 센트럴 파크 서쪽 지역인 어퍼웨스트사이드의 호스텔에서 체크인한 뒤 29일 체크아웃했다가 30일 다시 체크인했다. 체크인할 때 용의자는 현금으로 숙박비를 지불했고 위조 신분증을 사용했다.

경찰은 또 범행 몇 분 전 인근 스타벅스 매장에서 찍힌 용의자의 사진을 공개했다. 경찰 소식통은 용의자가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눈과 코의 일부가 보일 정도로 마스크를 충분히 아래로 내렸다고 밝혔다. 수사관들은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용의자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가 사용하거나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커피 컵과 탄피, 휴대폰 등을 발견했다. 경찰은 휴대폰을 분석하고 있고 커피 컵에서 지문을 채취해 신원 확인을 위해 뉴욕 경찰국(NYPD) 실험실로 보냈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탄피와 실탄을 각각 3발씩 발견해 이에 대해서도 DNA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탄피에서는 '거부'(deny), '방어'(defend), '축출'(depose)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수사관들은 이 문구가 뉴저지주 럿거스대학교의 법학자 제이 페인먼이 미국의 보험 업계를 비판한 책 '지연, 거부, 방어: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이유와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에서 나오는 '보험의 세 가지 D'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 가지 D는 '지연'(delay), '거부'(deny), '방어'(defend)의 약자로, 보험사가 대부분 민영화된 미국 의료 시스템에서 환자의 보험금 청구를 거부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술이다.

경찰은 또 용의자가 범행 당일 오전 5시쯤 밖에 있는 모습이 포착된 어퍼웨스트사이드 모처를 수색했다. 이어 톰슨이 머물고 있던 메리어트 호텔의 방도 수색할 방침이다.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는 경찰은 그가 사용한 권총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특수작전부대가 사용한 권총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 'BT 스테이션 식스 9'(BT Station Six 9)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무기 구입처를 확인하기 위해 코네티컷주의 한 총기 판매점도 방문했다.

이 총기에는 '서프레서'(suppressor)로 불리는 소음기가 부착돼 있었다. 경찰 출신인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이에 대해 "소음기 사용은 내 경력에서 본 전례가 없다"며 "우리 모두에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톰슨의 아내는 MSNBC 인터뷰에서 과거 남편에 대한 협박이 있었다며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톰슨의 고향인 미네소타주 메이플 그로브 경찰에 따르면 2018년에도 톰슨의 집에서 수상한 사건이 한 차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은 범죄 행위가 발견되지 않고 마무리됐다.

한편 이번 사건 이후 주요 보험사는 경영진 경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CNN의 법 집행 및 정보 수석 분석가인 존 밀러는 "전국의 주요 보험사 수장과 그들의 보안 부서가 인력과 경호원, 예방 조치, 우편물 검사 등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