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안도→엄중'…미국, 윤 대통령 '계엄 사태' 강한 주시[딥포커스]
'한국에 대한 우려'에서 '윤 대통령 오판'으로 톤 바뀌어
"나쁜 생각" 미 의원들도 우려…미 언론, 1면에 집중 보도
- 조소영 기자, 강민경 기자, 김예슬 기자, 류정민 특파원
(서울·워싱턴=뉴스1) 조소영 강민경 김예슬 기자 류정민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사태'를 매우 주의 깊게 바라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계엄 사태를 향해 내놓는 발언의 수위(톤)가 점차 강해지는 모습을 띠어 주목된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4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의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결정에 있어 "심각한 오판(badly misjudged)"이라고 표현하며 "매우 문제가 있고(deeply problematic) 위법적(illegitimate)"이라고 평가했다.
캠벨 부장관은 이날 애스펀전략그룹(ASF) 주최 행사에 참석해 '주요 동맹인 한국의 비상 계엄을 미국이 인지하지 못한 게 정보 입수 실패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면서 이번 사태가 "매우 예측할 수 없고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었다"고 했다.
앞서 미 정부가 내놨던 발언들을 살펴보면 캠벨 부장관의 이번 발언은 꽤 수위가 올라간 언급임을 감지할 수 있다.
캠벨 부장관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발생한 3일 "한국의 상황을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보고 있다"며 "나는 모든 정치적 분쟁이 법치주의에 따라 평화롭게 해결되리라는 모든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후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자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원들의 계엄령 해제 표결을 존중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특정 국가의 법률과 규정이 준수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자 기대"라고 말했다.
뒤이어 백악관은 윤 대통령이 4일 비상 계엄을 철회하자 "안도감을 느낀다"고 발표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국 측에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는 "우리에게 깊은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며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바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기관이 제대로 기능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한국을 남한(South Korea)이 아닌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이라고 표현했다.
일련의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계엄 사태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이 '한국에 대한 우려'에서 '윤 대통령의 오판'으로 매우 엄중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판'이라는 직설적인 단어를 사용했고 책임 소재 또한 분명히 했다.
설리번 보좌관을 비롯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세계에서 강력한 사례 중 하나"라고 언급하는 등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설파하는 모습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는 현 상황은 '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손됐다는 뜻으로 치환돼 읽힌다.
미 정부의 목소리가 이처럼 강해진 것은 조 바이든 현 행정부가 수립한 '민주주의 대 독재'라는 외교 정책 기반을 흔든 게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바이든은 취임 후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지금까지 동맹국을 중심으로 민주주의 블록을 꾸려 중국과 북한, 러시아와 같은 이른바 독재국가들에 대항해 왔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이 촉발한 국내 정치적 혼란은 태평양에서 3자 동맹(한국·미국·일본)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날(3일) NYT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바이든의 외교 틀을 흔들면서 한미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내놨다.
미 정부가 최대 동맹국 중 하나인 한국으로부터 이번 사태를 귀띔도 받지 못해 체면을 구긴 점도 미국 측의 '강경 발언'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백악관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로부터 이번 일에 대한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다소 당혹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됐던 터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로 "워싱턴을 포함한 곳곳에서 경보가 울렸다"며 특히 "우리는 전혀 통보를 받지 못했다. 전 세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TV 뉴스를 통해 사태를 알게 됐다. 매우 우려스러운 사태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 정부만이 아니라 의회에서도 일제히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은 우리의 가까운 동맹국"이라며 "우리는 이번 사안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상원 외교위원회와 군사위원회 소속인 팀 케인 의원(민주당)은 "정치적 반대 세력을 상대로 계엄령을 사용하는 것은 거의 항상 나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선거를 통해 한국계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 현 하원의원(민주당)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직격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은 국민 통치의 근본적 토대를 훼손한 것"이라며 "국민이 안보와 안정을 누려야 할 시기에 한국의 취약성을 극적으로 높였다"고 말했다.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민주당)은 "우리는 윤 대통령의 행동을 분명히 규탄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위해 싸우는 시위대의 편에 굳건히 서야 한다"고 했다.
미 언론은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 및 해제, 야당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발의 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이날 아침 발간된 NYT,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모두 '한국의 계엄 사태'를 지면 1면에 실었다.
온라인판에서도 미 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주력 보도하고 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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