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는 높아지는데 실력은 제자리…캐나다 학점 인플레가 부른 입시 혼란[통신One]
대학 입시 혼란… 일부 대학, 고등학교 성적에 조정 계수 적용
실력에 맞는 평가 위해 성적 외 다양한 지표 반영 필요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고등학교 성적 부풀리기, 일명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성적이 실제 학업 성취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학생과 대학 모두에 혼란을 주고 있으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온타리오주에서는 최근 특정 고등학교 학생들이 생물학과 경영 과목 중간고사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이는 교육의 질이 아닌 교사 부족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부여된 성적이었다. 이처럼 성적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은 자신이 충분한 학업 역량을 갖추었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한 후, 실제 성적이 떨어지면서 학업에 대한 충격과 혼란을 경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성적 부풀리기의 문제는 대학 입학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워털루 대학은 학점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등학교별로 성적 조정 계수를 도입했다. 예를 들어, 한 고등학교에서 95% 평균 성적을 받은 학생의 점수를 다른 학교의 85%와 동일하게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조정은 성적 부풀리기의 영향을 줄이려는 목적에서 도입됐으나, 공정한 입시 평가가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등학교 성적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2022년 캐나다 학생들의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 수학 점수는 2003년의 532점에서 497점으로 하락했다.
이는 캐나다 학생들이 20년 전보다 약 2년 뒤처진 수준임을 나타내며, 성적 인플레이션이 학생들에게 실제 학업 성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대학 진학 후 학업적 어려움을 겪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온타리오주뿐만 아니라 다른 주에서도 성적 인플레이션 문제는 확대되고 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의 평균 입학 성적은 현재 87%로, 20년 전 70%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이는 입학 가능한 자리가 급격히 늘어난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이유도 있지만, 일부 BC 고등학교가 학생들의 성적을 인플레이션하고 있다는 의심을 낳고 있다.
게다가 성적 인플레이션이 만연한 상황을 일부 학교 관리자들이 숨기려 하지 않고 오히려 공공연히 인정하고 있다
학점 인플레이션은 주로 대학 입시 경쟁과 학교 간의 경쟁 심화로 인해 발생한다. 명문대 입학률이 학교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일부 고등학교는 성적을 인위적으로 높여 학생들의 대학 입학 가능성을 확대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성적 인플레이션은 대학이 학생들의 실제 역량을 평가하는 데 한계를 만들며 입시의 신뢰성을 저해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성적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등학교와 대학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성적 외에도 포트폴리오나 주제별 역량 평가를 도입하여 학생들이 단순한 성적 이상의 학업적 성취를 입증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전국적으로 평가 기준을 표준화하고 외부 평가 제도를 통해 학생들의 실제 학업 성취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성적 인플레이션의 부작용을 줄이고 공정한 입시를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학점 인플레이션은 학생들에게 과장된 자신감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우수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부당한 평가를 받을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대학은 입시 기준을 조정하는 데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며, 이는 공정한 입시 평가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성적 부풀리기 문제는 학교와 대학, 학생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진정한 학업 성취를 반영할 수 있는 평가 기준 개선과 공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교육 관계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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