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첫 여성 대통령의 꿈 '유리천장'에 막혀…"싸움은 오래 걸린다"
바이든, 대선 후 첫 공식 석상서 "후퇴는 불가피하다"
美 유권자 55% '성차별 중요한 문제'라면서도 15%는 "女 대통령 거북해"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후퇴는 불가피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4 대통령 선거 종료 후 첫 공식 석상에서 민주당 대선 주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패배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해리스는 미국 역사상 주요 정당이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두 번째 여성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자에 패한 두 번째 경쟁 상대이기도 하다.
로이터통신은 경제에 대한 우려가 해리스의 주요 패인으로 작용했지만 성차별은 여전하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입소스가 지난 10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의 55%는 성차별이 미국의 주요 문제라는 인식을 보였다. 15%는 여성 대통령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것이 거북하다고 답했다. 실제로 역대 미국 백악관의 주인은 모두 남성이었다.
미국 인구의 51%는 여성, 42%는 유색인종이다. 하지만 의회에서는 입지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퓨리서치 조사 결과, 2022~2024년 사이 미국 의회에서 여성이 차지한 비율은 28%, 유색인종은 25%에 그쳤다. 제117대 의회에서 유색인종 여성 의원은 49명 수준이다.
미국 여성·정치 센터는 1975년 엘라 그라소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주(州) 주지사로 선출됐고, 이후에도 48명의 여성 주지사가 더 나왔다고 밝혔다. 이 중 유색인종 여성은 뉴멕시코주의 수재나 마르티네스(히스패닉계)·미셸 루한 그리셤(히스패닉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니키 헤일리(인디언계) 3명이다. 흑인 여성 주지사는 전무하다.
이런 미국에서 해리스는 2021년 바이든과 함께 백악관에 입성한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었다. 이번 대선은 그가 첫 번째 여성이자 유색인종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는 기회였다.
결국 미국은 가장 높은 유리천장을 깨는 데 또 한 번 실패했지만 세계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1990년 이후로 유엔 회원국 중 여성 지도자를 배출한 국가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193개 유엔 회원국 중 여성이 국가 사령탑을 맡은 나라는 13개국이다.
해리스는 지난 6일, 대선 결과 승복 연설에서 "선거 운동 중 나는 종종 '우리가 싸우면 이긴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때로는 그 싸움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별은 어두울 때일수록 빛난다'는 말을 인용해 "많은 사람이 우리가 어두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을 안다. 나는 우리 모두를 위해 그것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면서도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하늘을 찬란한 10억 개의 별빛으로, 낙관·믿음·진실·봉사의 빛으로 가득 채우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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