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제 우선순위 아닐수도…한미관계는 예측불허"[트럼프 시대]
VOA 7일 외교전문가 6인 인터뷰…"북한과 빅딜 불가 결론 내린듯"
"북러협력에 강력한 억지정책으로"…"주한미군 분담금 인상 요구"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첫 번째 임기 때와는 달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정상회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거란 관측이 제기됐다. 한미 관계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의소리(VOA)는 7일 외교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미국과 북한이 처한 국내외적 안보 환경과 관심사가 트럼프 당선인의 첫 임기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며 북한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날 VOA에 지난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의 상황이 상당히 극적으로 변했다"며 "러시아와의 새로운 관계로 훨씬 더 강력한 협상력을 갖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 역시 다른 국내외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데다 지난 북미 정상회담의 실패로 인해 "북한과의 비핵화를 포함한 '빅딜'에 대한 전망이 별로 없다는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 문제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두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한반도 문제가 여전히 중요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에는 우선순위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무기 개발과 관련한 북러 관계나 한반도, 대만해협 분쟁 간 잠재적 연관성이 있어야 트럼프 관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마이클 버틀러 클라크대 정치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고립주의적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에 대한 지지를 일관되게 표명해 왔다"며 북한이 제기하는 한반도 위협을 전면에 나서 해결할 의지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 정책에 개입하더라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국과 대만, 중동이 우선순위가 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정상 간 교류를 개인적 친분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고,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가 북미 간 소통 채널 형성에 도움이 됐음을 자주 언급해 온 점을 미뤄볼 때, 향후 북미 정상 간 대화가 전격 재개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마지막 북미 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와 판문점에서 성사됐던 2019년보다 현재 북한이 핵을 더욱 고도화하고 러시아와의 군사적 협력을 통해 역내 긴장을 높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매우 강력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취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로 재직했던 하이노 클링크 전 부차관보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외교 정책과 국가안보 정책에서 힘을 통한 평화를 우선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링크 전 부차관보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정부가 대북 압박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리면서도 최소한의 외교를 통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혔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두 번째 임기에서도 이러한 카드를 다시 꺼내 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미 관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어서다. 미 국무부 출신 토머스 신킨 알스트리트연구소 정책국장은 "미국이 (조 바이든 현 행정부에서) 체결한 방위비 분담금 협정문을 (트럼프 당선인이) 찢을 거라는 데 내 돈을 걸겠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국익에선 좋지 않은 협상이었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트럼프 행정부 기간 한미 관계는 더욱 험난하고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한국에 더 많이 청구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해 한국과의 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은 유지될 수 있지만, 기후정책을 바꿀 수 있어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지속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은 전임자들과는 다른 동맹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관계에 긴장이 있을 것"이라면서 주한·주일 미군이 부상하는 중국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이라고 보지 않는 한 북한의 위협에만 맞서기 위해 한국과 일본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타산에 맞지 않는다고 여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대해선 동의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트럼프 1기 행정부 출신 당국자들이 한국의 자체 핵무장 필요성을 언급하고, 트럼프 당선인도 동맹의 자체 방위 역량 강화를 줄곧 강조해 왔지만, 자체 핵무장 허용은 행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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