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버리고 트럼프로…청년·히스패닉·노동자가 움직였다[딥포커스]

[트럼프 시대]뒤바뀐 당 색깔…공화당이 다인종 노동 계층 정당 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월 12일 (현지시간) 네바다주 노스 라스베이거스의 뷰틴 인 소사이어티에서 열린 히스패닉 원탁회의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4.10.1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이번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승리한 것은 수십년간 민주당을 지지했던 전통적 지지자가 트럼프로 옮겨와 지지층이 재편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체로 대학 학위가 없는 남성과 백인 유권자 사이에서 인기였지만 예비 출구 조사에 따르면 라틴계, 처음 투표하는 사람, 중산층 및 저소득 가구도 대거 트럼프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합 주에서 트럼프는 전통적인 민주당의 우세 지역인 펜실베이니아 도시 지역과 고소득 교외 지역, 위스콘신의 흑인 유권자, 미시간의 아랍 유권자를 겨냥했고 효과를 보았다. 조지아와 위스콘신의 경우, 애틀랜타와 밀워키를 포함한 대도시에서 해리스가 우세인 것은 농촌에서 극적으로 지지를 확대해 만회했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히스패닉계 유권자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예비 출구 여론 조사에 따르면 해리스는 전국적으로 53% 대 45%로 이들의 약간 과반수를 차지했는데, 이는 2020년 바이든의 33% 앞섰던 격차에 비해 대거 감소한 수치다. 특히 모든 연령대의 히스패닉계 남성들 사이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18% 포인트 증가했다

45% 지지는 공화당 후보로서는 역대 최고 기록으로, 2004년 조지 W. 부시의 44% 지지를 수치상으로 넘어선 것이다. 그리고 히스패닉계가 현재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고 있어 공화당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막판 판세를 뒤흔들 것으로 보였던 '쓰레기 섬' 발언도 실제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에르난데스와 그의 부인 앰버는 최근 트럼프 집회에서 한 코미디언이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트럼프에게 투표할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고 말했다. 앰버는 "그것에 대해 엄청나게 화가 났다. 하지만 우리는 감정을 배제하고 보면 '누가 가장 좋은 후보인가?'라고 물었다"며 트럼프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2020년 대선과 2022년 중간선거에서 라틴계 유권자들에게 진출하기 시작했다. 라틴계 사람들에게 보낸 메시지의 대부분은 지난 4년 동안 그들이 느낀 경제적 어려움을 만든 민주당을 비난하는 것이었다. 다른 계층보다 라틴계와 흑인 가정에 인플레이션이 더 큰 타격을 입혔기 때문에 이 전략 또한 주효했다.

트럼프는 또한 라틴계를 분열시키려고 시도했다. 트럼프가 거듭해서 깎아내렸던 최근 미국에 도착한 (불법) 이민자들과 구별해 수년 동안 미국에 거주해 온 사람들은 "근면하게 일하는 미국인"이라고 불렀다.

트럼프 당선인은 남녀를 불문하고 비교적 젊은 층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전국 출구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30세 미만 남성의 지지율에서 8%포인트 상승하여 4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또한 30~44세 남성의 지지율에서도 4%포인트 상승해 50%를 넘었다. 이러한 상승은 남성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30세 미만 여성의 지지율에서도 5%포인트 상승했다.

전통적인 지지층인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남성은 여전히 중요한 지지층이었지만 트럼프는 백인이 아닌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도 선전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 세력인 노동자 계층은 트럼프를 지지했다. 공화당 여론 조사원 휘트 에어스는 "트럼프는 공화당을 소득 계층 상위보다는 하위 계층에 더 어필하는 다인종 노동 계층 정당으로 재편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에 의해 사실상 민주당과 공화당의 당 색깔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에어스는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층은 더 고급스럽고, 교육 수준이 높고, 부유했다. 정확히는 부유한 게 아니라 중산층에 가까웠다"면서 "하위 계층, 블루칼라, 노동 계층과는 대조적이다. 이들은 민주당 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WP는 이런 현상을 모두 뭉뚱그려 "사실상 트럼프가 8년에 걸친 3번의 대선 출마에서 처음으로 대중 투표(popular vote)에서 승리할 길을 걷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의 저명한 공화당원인 조 보렐리는 "노동계급 비백인으로의 공화당의 광범위한 전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어떤 문제를 이데올로기와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서 "'나는 히스패닉계니 다른 방식으로 투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산층, 콘도 소유 전기 기술자라면 그가 백인이든 흑인이든 똑같은 사람이다. 그의 가족에게는 동일한 사회경제적 압박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공화당원은 트럼프가 문화 전쟁 이슈, 특히 트랜스젠더 운동선수를 이용한 것이 여러 핵심 집단의 지지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원래 남성이었던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성 종목에 출전하는 데 대해 "여성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이들을 여성 스포츠에서 배제하겠다고 말한 것이 여러 집단에서 공감을 샀다는 설명이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