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7개 경합주 모두 앞서"…해리스는 '최후 변론' 배수진(종합)

[미 대선 D-7] 트럼프, 펜실베이니아 찾아 히스패닉 성난 민심 달래기
해리스 워싱턴DC서 연설 "총사령관으로서 가장 강력한 미국 이끌 것"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일(11월 5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9일(현지시간) 각각 승리를 다짐하는 연설과 함께 막판 총력전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최대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아 유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전 기자회견에서 "스윙스테이트(경합주) 7곳 모두에서 우리가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날 트럼프 캠프는 불법 체류자들에게 강간당하고 살해된 12살 소녀 어머니의 호소를 담은 영상을 회견장에서 틀었고, 또 20살에 불법 체류자들에게 살해된 자폐 여성의 어머니,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사망한 참전 용사의 가족 등이 무대에 올라 사연을 소개했다.

웨스트팜비치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남성 유권자도 연단에 서서 임대료 등 높아진 운영비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날 회견 구성은 불법 이민 문제, 인플레이션, 전쟁 등 미국 유권자들로부터 트럼프에 비해 해리스가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고 여겨지는 이슈를 최대한 부각하기 위한 선거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인플레이션과 경제에 대해 (대선에서) 얘기하지만, 나는 국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면서 "내가 이끌 행정부는 범죄 조직과 마약 카르텔의 자산을 압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손가락으로 정면을 가리키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는 대선 승부를 결정지을 주요 경합지 중 하나다. 2024.10.2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저녁에는 7개 경합주 중 가장 많은 19명의 선거인단을 보유한 펜실베이니아 앨런타운으로 이동해 유세를 이어갔다.

특히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는 최근 불거진 히스패닉 인종차별 논란을 의식한 듯, 푸에르토리코 출신 시민권자를 포함해 히스패닉 유권자 표심 공략에 특히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유명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는 지난 27일 미국 뉴욕 맨해튼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트럼프의 유세에서 "라티노는 아이 낳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말한 데 이어 "바다 한가운데 쓰레기로 된 떠다니는 섬이 있다. 푸에르토리코라고 부르는 것 같다"라며 인종차별적이고 모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트럼프는 약 75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이틀 전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유권자 사이에서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푸에르토리코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는 "푸에르토리코 국민과 히스패닉계 미국인을 위해 최고의 미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NBC는 이날 관련 보도에서 펜실베이니아 내 푸에르토리코계 유권자는 약 5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이는 펜실베이니아 인구의 8%이다.

펜실베이니아가 1%포인트(p) 안팎의 수만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푸에르토리코를 비롯한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심 변화에 따라 선거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는 30일에는 위스콘신, 31일에는 네바다, 내달 1일에는 다시 위스콘신을 찾아 유세에 나선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인근 일립스 공원에서 유세를 갖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첨과 호의로 쉽게 조종할 수 있다고 세계의 지도자들이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4.10.3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진한 해리스 후보는 분위기를 반전할 장소로 워싱턴DC를 선택했다.

검사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일립스(The Ellipse) 공원에서 이른바 '최후 변론'(closing argument)으로 명명한 연설로 남은 일주일간의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나는 솔직히 완벽하지 않고 실수도 하지만 여러분께 약속한다"며 "여러분이 저에게 투표하지 않더라도 항상 여러분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며, 듣기 어렵더라도 항상 진실을 말씀드리겠다"라고 했다.

이날 연설 장소로 택한 일립스 공원은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패배 불복 연설을 한 곳이다. 연설에 자극받은 트럼프 지지자들은 국회의사당을 습격했고, 트럼프는 이를 선동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 때문에 일립스 공원에서의 연설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던 4년 전으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해리스 후보의 의지를 더욱 강조한다.

해리스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임기 첫날 정적의 명단을 들고 집무실로 들어갈 것"이라며 "나는 미국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가 담긴 목록을 들고 들어가 민주당, 공화당, 무소속 등 모든 정당과 협력해 열심히 일하면서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미국인을 도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해리스는 최근 북한군의 파병으로 예측 불가능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우크라이나전쟁과 이스라엘과 주변 중동 국가 간 보복전이 지속되고 있는 중동분쟁 등을 의식한 듯 "총사령관으로서 저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치명적인 전투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포기하지 않고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해리스 역시 대선의 승패를 가를 경합주에서 총력전에 나선다. 30일에는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을, 31일에는 네바다와 애리조나를 찾는다.

워싱턴포스트(WP)가 각종 여론조사를 모아 계산한 지지율에 따르면, 두 후보는 7개 경합 주에서 지지율 격차가 1~2%포인트(p)에 불과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해리스가 미시간(2%p), 위스콘신(2%p), 펜실베이니아(1%p), 네바다(1%p)에서 근소하게 앞서고, 트럼프가 조지아(2%p), 애리조나(2%p), 노스캐롤라이나(1%p)에서 앞선다.

WP는 지지율 평균치 오차범위가 통상적인 여론조사의 오차범위(3.5%p)와 비슷한 수준으로, 7개 경합주 모두 어느 후보든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