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 "내 사업 문제 때문에 해리스 지지 안하는 것 아니다"

"언론 신뢰도 가장 낮아…대부분 사람은 언론이 편향됐다고 여겨"
블루오리진 CEO·트럼프 회동 관련해선 "알고 나서 한숨 쉬었다"

지난 4월 10일(현지시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국빈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국빈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2024.04.10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아마존 창업자이자 워싱턴포스트(WP) 소유주인 제프 베이조스가 WP가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해리스 부통령을 공개 지지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언론으로서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베이조스는 28일(현지시간) WP에 올린 기고문에서 어떤 신문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서 그대로 그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없다면서 "(언론의) 대통령 후보 지지는 편향되고 독립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베이조스는 기고문에서 "올해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언론과 기자에 대한 신뢰도가 의회 밑으로 떨어졌다"며 "우리 직업은 가장 덜 신뢰받는 직업이 됐다. 우리가 지금 하는 것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적었다.

베이조스는 신문을 선거 개표기에 비유했다. 그는 "개표기는 정확히 투표를 집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개표기가 정확히 투표를 집계하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조스는 신문 역시 정확해야 하고, 신문이 정확하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 사람은 언론이 편향됐다고 믿는다"면서 "이를 모르는 사람은 현실에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이며, 현실과 맞서 싸우는 사람은 지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조스는 1933년부터 1946년까지 WP 발행인이었던 유진 메여가 대통령 후보 지지를 하지 않기로 했던 것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 후보 지지를 거부하는 것은 우리의 신뢰도를 높이기에는 부족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는 의미 있는 단계"라며 이 결정을 더 미리 해야 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서 베이조스는 해리스 지지 거부가 자신의 사업 관계 때문이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WP 소유주가 된 이후) 지난 11년간 내 이익을 위해 WP 직원에 압력을 행사한 사례가 단 하나라도 있는지 찾아보라"며 "내 관점은 원칙에 기반하고 있으며 2013년 이후 WP 소유주로서 내 행적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조스는 WP가 해리스 지지 선언을 거부하기로 밝힌 날(25일)에 소유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의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브 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난 것에 대해 "난 어떤 후보나 선거 캠프와도 이번 결정에 대해 미리 상의하거나 알리지 않았다"며 "림프도 이 결정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베이조스는 "나는 이를 알고 한숨을 쉬었다"며 "이 결정이 원칙에 기반한 결정이 아닌 것처럼 프레임을 씌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조스는 "신뢰 부족은 WP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수많은 사람이 즉흥적인 팟캐스트나 부정확한 소셜미디어 글과 확인되지 않은 뉴스를 접해 허위 정보가 퍼지고 분열이 깊어지는 세태를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WP와 뉴욕타임스(NYT)가 상을 받을 수는 있지만 우리는 더욱 일부 엘리트하고만 대화하게 됐다"며 과거와 달리 언론이 일반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베이조스는 기고문 말미에서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믿을 수 있고 독립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의 수도(워싱턴) 말고 그 목소리가 어디서 나오겠냐"고 WP를 치켜세웠다. 베이조스는 독자들을 향해 "여러분이 만날 최고의 기자 중 상당수는 WP에서 일하고 있으며 그들은 매일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며 "그들은 신뢰받을 자격이 있다"고 글을 맺었다.

WP는 지난 25일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편집자와 칼럼니스트가 사퇴하고 3일 만에 구독자 20만 명이 구독을 취소하는 등 큰 후폭풍을 맞고 있다. 이 결정의 배경에는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의식한 베이조스의 압력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