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 연설서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섬"…격전지 표심에 영향?
미국 본토 이주 푸에르토리코 주민, 투표권 행사 가능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에만 50만 명 거주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 연설에서 한 코미디언이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으로 표현해 논란을 빚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미국 뉴욕 맨해튼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규모 집회에서 유명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는 "라티노(라틴계 사람)들은 아이 낳는 것을 좋아한다"는 발언에 이어 "바다 한가운데 쓰레기로 된 떠다니는 섬이 있다. (사람들은 그 섬을) 푸에르토리코라고 부르는 것 같다"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냈다.
푸에르토리코는 카리브해의 미국령으로, 푸에르토리코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미국 시민으로 분류되지만 투표권은 없다. 다만 미국 본토로 이주한 푸에르토리코 주민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미국 본토로 넘어온 푸에르토리코 주민 중 약 50만 명이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州)에 거주하고 있다. 이는 주 인구의 8%에 해당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펜실베이니아주에서 8만1000표 차이로 승리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4만4000표 차이로 펜실베이니아주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이에 외신들은 힌치클리프의 이번 발언이 펜실베이니아주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 밖에도 다른 격전지인 조지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약 10만 명, 애리조나주와 위스콘신주에 약 6만 명의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에서는 힌치클리프의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캠프 수석 고문 다니엘 알바레스는 "이 농담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캠페인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릭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플로리다)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이 농담은 실패했다. 웃기지도 않고 사실도 아니다.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은 미국인"이라고 적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푸에르토리코 음식점을 방문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푸에르토리코 기회 태스크포스(FT)를 만들겠다고 언급하며 미국 연방 정부가 민간 부문 및 푸에르토리코 지도자들과 협력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직 시절 허리케인이 푸에르토리코를 연달아 강타했을 때, 섬에 지원을 보내는 것을 거부했다"며 "푸에르토리코에 배려심 있고 유능한 지도자가 필요할 때,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은) 트럼프가 한 일과 하지 않은 일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뉴욕)도 "매우 화가 난다"며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라고 부르는 멍청이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힌치클리프는 자신의 농담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유머 감각이 없는 사람이라며 '적반하장'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는 X에 "이 사람들은 유머 감각이 없다. 이 농담을 인종차별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엉뚱한 일"이라며 "나는 푸에르토리코와 그곳에서의 휴가를 좋아한다"고 적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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