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폭탄 또 맞을라' 유럽 기업들 트럼프 입 예의주시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대공황 악화했던 것 떠올려"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관련 발언을 유럽 기업인들이 긴장하며 주시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자들과 시장 전략가들은 트럼프의 승리가 미국에 대한 수입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유럽 주식에는 최악의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2023년 총무역액이 9520억 달러(약 1309조 원)에 달하는 유럽연합(EU)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가마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 라지브 드 멜로는 "(미국의) 관세 위협이 빠르게 찾아오고 유럽이 자체적인 역관세로 보복한다면면 1930년대에 통과된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대공황을 악화시킨 사건을 돌아보게 될 것"이라며 "이는 유럽 주식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대공황 초기인 1930년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공화당 소속 리드 스무트 의원과 윌리스 홀리 의원의 주도로 수입품 2만여 종에 평균 59%,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미국이 이 법을 시행하자 여러 국가가 보복 관세 조치를 단행하거나 수입 제한으로 맞불을 놨고 그 결과 무역 거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대공황이 더욱 심화됐다.
10월 들어 유럽 기업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는 관세 관련 언급이 급증했다. 미국 기업이 관세를 언급한 사례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프랑스 증류주 제조업체 페르노리카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명확성이 확보된다면 글로벌 관세에 적응하겠다고 발언했고, 볼보자동차의 최고경영자(CEO)는 무역 관세 부담으로 인해 수익 전망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트럼프는 관세를 가장 좋아하는 단어라며 수입 자동차 관세율 2000%까지 언급했다. 그는 멕시코에서 생산된 중국 기업 자동차가 "단 한 대도 미국에서 팔리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이 나라를 운영한다면 100%, 200%, 2000% 관세를 부과하겠다. 역사상 가장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올해 들어 유럽 증시는 미국 증시에 비해 크게 뒤처지고 있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유럽의 흔들리는 경제를 부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고, 무엇보다 트럼프의 복귀 가능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크다.
가이 스티어 아문디투자연구소 선진국시장전략책임자는 "트럼프가 승리하면 미국 스몰캡(중·소형주) 주가가 오르고, 소비재 수출에 의존하는 유럽 기업은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며 "유럽 소비재 기업은 지난 3~6개월 동안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으며 이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내내 유럽 증시는 현지 통화 기준으로 미국 증시를 추종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가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을 때 광산 분야 기업들이 큰 압박을 받았다.
이매뉴얼 카우가 이끄는 바클레이스는 최근 메모에서 "보복과 관세 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유럽 기업의 주당 순이익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에 10% 이상의 수익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도 무역 공방으로 인해 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스는 국가별로 보면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독일과 이탈리아가 가장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부문별로는 자본재·자동차·음료·기술·화학 분야가 관세 위협에 직면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재선 시 유럽 자동차 기업들의 수익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예상했다.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은 모두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보고했으며 스텔란티스 또한 수익 전망치를 낮췄다.
트럼프는 자동차 대출 이자를 전액 세금 공제로 전환해 미국 자동차 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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