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가능한 핵연료 재처리, 韓 왜 못하나"…주미대사 "美와 적극 협의"

국회 외통위 주미대사관 국정감사, 핵 연료 재처리 문제 여야 집중 질의
플루토늄 확보 가능해 '안보'와 직결…"韓 자체 핵무장 여론 비등"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대사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조현동 주미 대사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조현동 주미한국대사는 11일(현지시간) 사용 후 핵 연료 재처리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적극적으로 협의를 진전시켜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조 대사는 이날 미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대사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우방인 한국과 일본이 사용 후 재처리 문제에 있어서는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는 지적에 이같이 말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국은 국민 70%가 이제 (자체) 핵 보유를 찬성하지만, 정작 사용 후 핵 연료 농축도 마음대로 못 한다"라면서 "이에 반해 일본은 이미 수천 개의 폭탄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데 미국 측에 강하게 (사용 후 핵 재처리 문제를)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조 대사는 "그런 지적을 많이 듣고 있지만, 핵 비확산에 대해서는 미국도 여야 할 것 없이 굉장히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그러다 보니 (한국의) 잠재적인 핵 능력에 있어서는 한미 원자력 협정의 개정 과정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 확보는 환경상의 우려를 줄이는 동시에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안보와도 직결돼 있다.

2015년 한미 원자력협정에서 한국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는 인정받지 못했고, 핵무기로 전용할 수 없는 재활용 기술의 연구만 일부 허용됐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대사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 대사는 "나름대로 오랫동안 스토리가 있는 내용인데, 현재 정세가 변하고 있고 민수용 원자력 분야 협력 및 지적한 내용은 우리가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미국과 더 협의하고 진전시켜야 할 과제"라면서 "우리 국민, 국가 이익에 맞는 방향으로 진전이 있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보겠다"라고 밝혔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은 지금 원자력 발전소를 더 짓겠다고 하는데, 최종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라면서 "아파트 지으면서 화장실을 안 만들고 있는 것과 같다"라고 비유했다.

이어 "핵폐기물 재처리를 하게 되면 독성은 3분의 1로 줄고 양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라면서 "그렇게 되면 우리가 최종 핵폐기물 처리장을 생각보다 크게 짓지 않아도 되는, 즉 핵폐기물과 관련한 위험 부담을 굉장히 줄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그러면서 "한미 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은데 왜 이가 정리가 되지 않고 있느냐"라면서 "핵 협의 그룹도 중요하지만, 핵 협정과 관련해 대한민국의 핵 폐기물 처리는 국민의 삶과도 관련된 문제이니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달라"라고 주문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대사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이에 조 대사는 "한미 간 원자력 관련 이슈들이 전체적으로, 포괄적으로 협의가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지금 당장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앞으로 한미 간에 좀 더 진지하게 논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여론이 비등해 있다는 것을 미국 측이 제대로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질문도 이어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우리 국민 여론조사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찬성이 무려 71.4%에 달했고,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선언을 통해서 핵협의그룹(NCG)를 만들어 핵확산을 억제하겠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는 불충분하다는 여론이 47.4%에 달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에서도 한반도의 핵확산 억지를 위해서 전술핵을 배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면서 "주미대사관은 물밑에서는 한반도의 전술핵 배치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서 자체 핵무장을 위한 여론 조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주미 대사의 생각은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조 대사는 "정부는 최근에도 NCG를 통해서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무기의 재배치까지는 가지 않는 상태에서 우리가 북핵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마련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면서 "정부의 방향과 맞지 않는 활동은 하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대사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