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전쟁 1년, 미국은 왜 이스라엘 손을 못 놓나[딥포커스]
미국에게 이스라엘은 중동 안정 위한 힘
친(親)이스라엘 유권자에 로비 무시 못해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전쟁을 벌인 지 1년째. 팔레스타인인 약 4만 명과 이스라엘 군인 약 730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며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이 커지고 있다.
거센 압박에도 이스라엘은 전쟁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국인 미국은 여전히 이스라엘의 손을 잡고 있다. 미국의 오랜 중동 전략, 미국 내 여론·선거 정치, 그리고 친(親)이스라엘 로비가 효과적으로 먹혀들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1년간 팔레스타인인 약 4만1909명, 이스라엘에선 군인 약 728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선이 레바논으로 확대되며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강조하며 이스라엘의 '뒷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 1년이 되는 7일에도 성명을 통해 "1년이 지난 지금도 해리스 부통령과 나는 유대인의 안전과 이스라엘의 안보, 이스라엘의 존재할 권리를 확보하는 데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헤즈볼라와 하마스, 후티 반군, 이란의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를 지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1967년 이후 급격히 발전했다. 미국 온라인매체 VOX는 "미국 대통령과 전략가들은 이스라엘을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소련의 영향력을 억제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봤다"며 "외교, 군사적 지원을 통해 이스라엘을 반(反)소련 블록에 단단히 통합했다"고 설명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을 연결해 줬던 건 석유 핵심 통로인 중동 안정이라는 명분이다.
텍사스 대학교 정치학자 브렌트 새슬리는 VOX에 "이스라엘을 안정을 위한 힘으로 보는 관점은 미국의 지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미국은 때때로 이스라엘에 의지해 중동 위협에 대응한 또 다른 위협을 가한다"고 전했다.
전 미국 국방부 국토안보부 연락 담당자였던 데이비드 데로슈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나친 지원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의 지원은 외교·정책적 전략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 미국 내 정치적으로도 유대인 유권자들의 표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
VOX는 "1980년대 이후 이스라엘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 의회 투표는 편향돼 있다"며 "가장 간단한 설명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이 유권자들에게 정말 인기가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연구소 프로그램 책임자인 마이클 코플로는 VOX에 "미국-이스라엘 관계를 가장 크게 움직이는 단일 요인은 미국 국민의 이스라엘에 대한 광범위하고 깊은 지지"라며 "지난 4개 행정부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호의적인 견해와 비(非)호의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의 차이는 31%포인트(p)"라고 말했다.
VOX는 이스라엘이 미국인들에게 지지받는 이유로 '공유 가치', 즉 '중동의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을 꼽았다.
그다음으로는 종교적 이유가 꼽힌다. 미국 내 유대인 인구는 약 580만 명(미국 성인의 2.4%)으로, 이 외에 약 280만 명(미국 성인의 1.1%)이 유대교적 배경(부모 중 한 명이 유대인)을 지니고 있다.
또 미국 내 기독교 인구는 67%, 유대교는 2%, 이슬람은 1%다. 비기독교 인구 중에서는 유대교를 믿는 인구가 가장 많은 셈이다.
유대인들의 적극적인 로비 활동도 미 정계에 큰 입김으로 작용한다. 미국 유대계 시민들로 구성된 미·이스라엘 공공 정책위원회(AIPAC)는 총기협회와 함께 미국 정치권에서 가장 입김이 센 로비 단체다.
1954년 설립된 AIPAC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70년간 미국 정치에 관여해 왔다. 가디언과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AIPAC은 11월 미국 의회 선거 경선을 앞두고 가자지구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온 정치인들을 표적으로 삼고, 이들을 몰아내기 위해 1억 달러(약 1347억 원)를 지출할 예정이다.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와 스티븐 월트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스쿨 교수는 공동 저서 '이스라엘 로비와 미국 외교 정책'에서 "이스라엘 로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힘"이라며 "미국이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지원하는 원동력"이라고 적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분수령에 있다고 시사했다. 미국 곳곳에서는 전쟁 1주년인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와 집회가 열렸다. 뉴욕시에서만 약 1500명의 시위대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행진을 벌였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지난달 16~22일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적절한 군사 작전을 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0%에 불과했다. 하마스에 대한 공격이 지나치다고 답한 응답자는 31%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신뢰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고 답한 응답자도 52%에 달했다.
이처럼 미국 내에서는 최근 이스라엘을 향한 지지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다. 월트 교수는 "우리가 진짜 변곡점에 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점진적이고 피할 수 없는 미국인의 태도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역할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나온다. 메릴랜드 대학의 쉬블리 텔하미 교수는 중동 매체 알자지라에 "미국은 이스라엘 정부에 가자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백지수표를 주면서 통제할 수 없는 갈등이 확대되는 상황에 스스로를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느 순간,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선의 노력은 더 이상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eseul@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