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지지했던 머스크, 트럼프 열렬 옹호자로 바뀐 이유

바이든 정부에서 푸대접받아…암살 위기 당시 트럼프 모습 감동
아들 성전환 배경에 민주당식 '정치적 옳음' 분위기 있다 생각

5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의 선거 유세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와 포옹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위해 펜실베이니아에서 더 많은 캠페인을 열고 자신도 참석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이미 지난 6일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해 열정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했다.

경합 주인 펜실베이니아주는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평가되고 있다. 북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인 이른바 '러스트 벨트'인 펜실베이니아는 경합 주 중에서 가장 많은 19명의 선거인을 뽑는다. 버틀러는 지난 7월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던 곳이다. 머스크는 버틀러에서 트럼프 유세에 처음으로 등장해 두 발을 벌리고 팔짝대고 뛰었다.

2020년 대선에만 해도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머스크는 왜 트럼프 열렬한 지지자가 됐을까.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로 처음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난 7월13일 공식 지지 트윗이 아니라 그보다도 최소 5개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월16일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웬디스 회장 넬슨 펠츠의 바닷가 저택에서 기업인은 2024 캠페인 전략을 논의하고 있었다. 참석자들은 니키 헤일리나 트럼프 아닌 하위 후보들을 지지하자고 주장했지만, 펠츠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머스크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트럼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시작했지만,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참석자들은 트럼프의 법률 비용을 대게 될까 봐 우려했고 이에 머스크는 그렇다면 외부 단체에 기부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머스크는 5월에 아메리카팩을 출범시켰고 한 달 남짓 만에 750만달러를 모금했다.

머스크는 당초 바이든을 지지했지만 바이든 임기 동안 머스크는 내내 정부와 갈등 관계였다. 바이든 하에서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테슬라와 트위터(X의 이전 이름)를 리콜하거나 조사했고 2021년에 열린 유명 전기 자동차 정상회담에서 백악관은 테슬라를 무시하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2기는 머스크에게 매우 다른 환경을 약속한다고 분석가와 투자자들은 말했다.

바이든 정부의 푸대접과는 달리 트럼프는 임기 내내 머스크를 "친구" "내가 매우 존경하는 사람" "우리의 위대한 두뇌 중 한 명"이라고 칭찬했다. 최근에도 머스크와의 동맹 확대에 대한 열정을 표현했다.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열린 최근 선거 유세에서 트럼프는 머스크에 대해 "우리는 똑똑한 사람들의 삶을 좋게 만들어야 하며 그는 당신보다 더 똑똑하다"고 말했다.

수년간 머스크를 알고 지내온 한 사람은 트럼프가 때때로 그의 접근 방식과 정책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머스크를 '변화의 주도자'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2016년 머스크는 선거 며칠 전 CNBC에 트럼프가 "미국에 좋은 영향을 미칠 만한 성격이 아닌 것 같다"며 "적절한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트럼프가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기로 하자 이를 항의했고 2020년에 바이든을 지지했다. 하지만 몇 달 후 바이든이 백악관에서 주요 자동차 업체를 초대하면서 테슬라를 빼고 푸대접하는 일을 겪은 후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는 다시 회복되지 않았다.

머스크를 수년간 알고 지낸 한 사람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럼프의 백악관에 실망했지만, 이런 일들을 겪으며 곧 바이든의 백악관에도 좌절감을 느꼈다.

머스크에게는 여성으로 성전환한 후 관계가 멀어진 자녀(아들)가 있는데 머스크가 아들이 그렇게 된 데 '워크(Woke, 각성한) 마인드 바이러스'가 원인이라고 본 것도 바이든에 등을 돌리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성소수자와 이민자 등을 지지하며 정치적 올바름을 요구하는 것이 자신의 딸 같은 사람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또 머스크는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의 암살 시도에 피를 흘리면서도 주먹을 불끈 쥐고 '싸우자'고 외친 트럼프의 모습에 감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트럼프가 '본능적인 용기'를 보여줬다면서 "총에 맞아 얼굴에 피가 흐르는데도 주먹을 부딪치고 있는 것을 존경해야 한다"며 총격 사건 후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트윗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