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민자에 "나쁜 유전자로 범죄 일으켜"…멈추지 않는 혐오 정치
"이민자들이 미국 피 오염시켜" 발언 이어 또 한번 설화
"트럼프의 유전학은 그저 자신을 이민자들보다 우월하게 보는 방식일 뿐"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겸 공화당 대선 후보자가 이민자들이 "나쁜 유전자"를 갖고 있어 범죄를 저지른다고 주장했다. 해당 주장에 인용된 통계는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7일(현지시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민법과 관련해 경쟁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판하며 "여러분도 알다시피 살인자는 유전자를 타고난다. 지금 우리나라에 많은 나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세관단속국(ICE) 통계를 인용해 "사람들이 열린 국경을 통과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어떠냐. 그중 1만3000명은 살인자였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와서는 안 될 범죄자 42만5000명이 들어왔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CNN·ABC·폴리티코 등 언론들은 해당 통계에서 나타난 1만3000명은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로, ICE에 의해 구금되지 않았을 뿐 주(州) 또는 연방 교도소에 구금됐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폭스뉴스는 해당 통계에 나타난 이들이 "이전 행정부에서 미국으로 들어왔다"고 짚었는데, 여기에는 트럼프 행정부도 포함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그런 종류의 언어는 증오스럽고 역겹고 부적절하며 우리나라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트럼프가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고 한 발언을 인용해 "통합이 중요하다. 사람들과 공동체를 와해시키는 것은 위험하다"고 짚었다.'피 오염' 발언은 미국에서도 유대인 말살을 시도한 나치 정권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질타를 받았다.
이민자를 겨냥한 혐오 발언 사례는 더 있다. 지난 9월 10일 열린 대선 토론회에서 그는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 스프링필드에서 개를 먹고 있다. 이민자들은 고양이를 먹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반려동물을 먹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이후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는 관공서가 폭발물 위협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현시점에서 불법 이민 문제는 여전히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3년 말,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경 통과 건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부통령이자 민주당 대선 주자인 해리스에게 취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국토안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멕시코 국경을 건너는 이민자에 대한 우려는 전년도 대비 7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최저 수준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유전학 전개가 얼마나 이기적인지, 놀랍다"며 그가 주장하는 '유전학'이라는 것은 "증거나 과학에 기반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저 자신이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이민자들보다 (트럼프 스스로를) 우월하다고 보는 방식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트럼프는 2011년, 뉴욕시에서 열리는 연례 독일계 미국인 행사 '슈토이벤 퍼레이드'에 보낸 비디오 메시지에서 "저는 자랑스러운 독일계 미국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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