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초긴장인데도…"美, 네타냐후 멈추게 할 수 없고 하지도 않을 것"

군사적 성공으로 지지율 오른 네타냐후, 미국 계속 무시
"미국이 정한 레드라인 이스라엘은 계속 넘어"

5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신엘필에서 바라본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베이루트의 한 건물 모습 2024.10.0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스라엘이 미국을 무시한 채 레바논을 연일 맹폭하고 있다. 차기 대선을 한 달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막아서기엔 영향력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서방 외교관을 인용, 바이든 행정부가 군사적 성공으로 지지율이 상승한 네타냐후를 막아설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관계를 짝사랑에 비유했다. 중동 확전 노력이 이스라엘에 무시당하고 있는데도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이스라엘에 너무 관대해도, 반대로 너무 강경해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에는 정치적 위험이 된다고 분석했다. 중동 지역에 배치된 미군 4만 명도 보복의 표적이 될 위험이 있다.

UCLA 버클리 국제관계센터의 달리아 다사 케이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그은) 레드라인은 그다지 의미가 없어 보이며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그것을 넘어왔다"고 말했다.

미국 외교정책에 정통한 두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이스라엘이 미국 대선 전을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영향력이 가장 떨어져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중동 불안으로 유가가 치솟으면 가솔린값을 낮게 유지하려는 백악관의 시도가 좌절된다. 바이든은 최근 이스라엘을 향해 "내가 이스라엘의 입장이라면 원유 시설 공격 말고 다른 대안을 생각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5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한 건물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폐허로 변한 모습. 2024.10.05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이스라엘은 미국의 입장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앞서 네타냐후는 레바논에 대한 미국과 프랑스의 휴전 제안을 노골적으로 거부했다. 미국에 알리지도 않고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를 표적 공습으로 제거하기도 했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 4명은 블룸버그에 미국이 네타냐후가 받아들일 것이라는 가정하에 휴전을 추진했지만 좌절됐다고 전했다.

네타냐후로서는 내각에서 목소리가 큰 극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들이 내각에서 이탈해 연정이 무너지면 네타냐후는 실권을 잃게 되며 개인 비리로 인한 사법 처분 위기에 몰린다.

한 고위 서방 외교관은 "군사적 성공에 네타냐후는 지지율이 상승했고 선거 경쟁에서 밀려난 바이든의 지지도가 약화됐다"며 "이제 (이스라엘을) 막을 힘이 더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서방 외교관은 이란이 이스라엘이 더 무모한 행보를 취하도록 유도해 공격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 삭감 등의 선택지가 있지만, 지정학적으로나 국내 정치 측면에서나 그 여파를 감수하고 싶지 않아 한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두 명의 프랑스 관리는 "미국은 레바논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실질적인 압력을 행사하지 않고 있으며 정책을 바꿀 인센티브도 없다"고 말했다.

서방의 한 고위 외교관은 블룸버그에 이른바 '삼손 전략'이 행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해리스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바이든이 모든 비난을 감수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차단하는 등 강경 정책을 펴 희생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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