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약물 중독자, 병원 대신 책으로 가득한 '이곳'에 모인다[통신One]
도서관 내 간호사 상주, 즉각적 응급 지원 강화
매일 40~60명 지원, 나록손과 의료 용품으로 긴급 대응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앨버타주 에드먼턴의 스탠리 밀너 도서관은 이제 단순히 책을 대출하는 공간을 넘어, 예상치 못한 새로운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도서관은 추운 날씨와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넘어서, 복잡한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안전지대로 자리 잡고 있다.
에드먼턴 공공 도서관의 이 시범 프로그램은 '사람을 살리는 도서관'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매일 수백 명의 방문객이 이곳을 찾으며, 이들 중에는 집 없는 사람들, 중독으로 고통받는 이들, 또는 잠시 쉬어갈 곳이 필요한 이들이 포함되어 있다. 도서관은 마치 거친 세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피난처'가 된 듯하다.
도서관 내부는 전형적인 독서 공간을 넘어 커뮤니티 허브로 변모했다. 간호사와 아웃리치 팀이 상주하며 약물 과다복용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으며, 약물의 과다복용으로 인한 호흡 정지나 의식 상실을 바로잡는 데 효과적인 나록손(Naloxone)을 통해 생명을 구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도서관 직원들은 이제 단순한 도서관 사서가 아니라,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을 받은 생명의 수호자로서 활동하며, 대출 공간을 넘어 사회적 위기 대응의 최전선으로 변모하고 있다.
도서관 사서인 마리 플레숙(Marie Fleck)과 제임스 로츠(James Lutz)는 도서관의 새로운 역할을 지원하기 위해 매일 40~60명의 사람들을 만난다. 플레숙은 배낭에 의료 및 안전한 섹스 용품, 약물을 사용하는 깨끗한 도구(바늘과 파이프 등), 그리고 중요한 간식을 가득 담아 다닌다.
많은 품목이 기부로 제공되지만, 그녀는 한 달에 자신의 사비 100달러(약 10만 원) 정도를 지출하여 일부를 구매한다. 로츠는 도서관과 주변 지역을 두 바퀴 돌며, 위급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토론토 대학교의 시오반 스티븐슨 교수는 "도서관은 이제 단순한 정보 제공의 공간을 넘어, 사람들이 몸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안식처가 됐다. 이 공간은 때로는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며 도서관이 현대 사회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을 강조했다. 에드먼턴의 스탠리 밀너 도서관은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에드먼턴 공공 도서관(EPL)은 도심 지부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피난처를 찾게 되면서 2011년에 처음으로 사회복지사를 투입했다. EPL의 고객 경험 담당 이사인샤론 데이는 "도서관이 다른 곳에서는 낙인이 찍힐 수 있는 방식으로 지원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도서관이 현대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 시범 프로그램은 단순한 약물 중독 문제를 넘어,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운영되고 있다. 방문객들은 무료로 제공되는 의료 지원을 받기도 하고, 상담 서비스를 통해 정신적인 지지를 받기도 한다. 지역 주민들과 노숙자들 사이에서 이곳은 이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한편으로 지역 사회의 심각한 공백을 드러내기도 한다. 스티븐슨 교수는 "정부와 공공 서비스의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도서관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도서관이 이제 단순히 책과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넘어 사회 안전망의 일환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고 했다.
도서관의 이 새로운 역할은 에드먼턴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다른 도시들도 이 모델을 검토 중이며, 도서관이 지역 사회 문제 해결의 최전선에 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 정부는 앞으로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 도서관이 이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스탠리 밀너 도서관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그 역할을 확장하며 단순한 책 대출 공간을 넘어서 지역 사회를 위한 생명줄이자, 마지막으로 남은 안전한 피난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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