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명사였던 인텔은 어쩌다 인수 대상으로 전락했나

미 최대 반도체 회사 인텔의 로고.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한때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라는 말이 있었다. 전자 제품에 인텔의 반도체가 들어가 있다는 말이다.

기업 역사상 최고의 ‘카피’(광고 문구)로 꼽히는 ‘인텔 인사이드’는 세상을 움직이는 인텔의 힘을 보여주는 강력한 한마디였다.

그런 인텔이 인수 대상으로 전락했다.

지난 20일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또 다른 유명 반도체 업체 퀄컴이 인텔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휴대폰에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의 로고가 나오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인텔은 수십 년 동안 반도체의 대명사였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반도체 회사로 군림했었다.

이날 현재 인텔의 시총은 900억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2020년까지만 해도 인텔의 시총은 2900억달러로, 반도체 기업 중 최고였다.

인텔은 개인용 컴퓨터(PC) 시대가 열리면서 PC를 구동시키는 중앙처리장치(CPU)를 개발해 반도체는 물론, 첨단 기술 기업의 대명사였다.

그랬던 인텔이 인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최근 월가 최대 화두인 인공지능(AI)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는 지난 2021년 CEO에 취임한 이후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에 진출하기 위해 미국의 유명 파운드리 업체 ‘글로벌파운드리’를 300억 달러에 인수하려 했었다. 그러나 협상이 실패로 끝났다.

펫 겔싱어 인텔 CEO가 다보스 포럼에 참석,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그는 이후 또 다른 파운드리 업체인 이스라엘의 타워 세미컨덕터를 5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지만 중국 규제 당국의 불허로 실패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AI 열풍에 힘입어 엔비디아가 급부상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업체 최초로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하는 등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에 등극했다. 엔비디아의 시총은 한때 3조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주 산타 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의 본사.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이에 인텔은 뼈아픈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인텔은 2022년부터 수천 명을 해고하고 지난해 배당금을 삭감했다.

이뿐 아니라 겔싱어 CEO는 지난달 추가로 직원의 10%인 1만5000명을 해고하고, 배당금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파운드리 사업 진출 등 특별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퀄컴이 인텔을 인수하려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지난해 매출은 인텔이 542억달러, 퀄컴이 358억달러로 아직까지는 인텔의 매출이 더 많다.

그러나 시총은 퀄컴이 1850억달러인데 비해 인텔은 900억달러에 불과하다. 퀄컴이 두배 이상 많은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퀄컴의 인텔 인수가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한때 반도체의 대명사였던 인텔이 인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고 WSJ은 전했다.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