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임기 내 가자 휴전 어려워"…협상 난항에 회의론 확산

휴전 협상 수개월째 공전…이견 좁혀지지 않아
헤즈볼라 '삐삐 폭발' 사건으로 협상 어려워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시어터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4.07.2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12개월째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에서 휴전 중재에 앞장서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임기 내 협상 타결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최근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내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휴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한 이스라엘 측의 '3단계 휴전안'을 기초로 카타르, 이집트와 함께 휴전 성사를 위해 노력해 왔다.

백악관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휴전 협상안의 90%까지 동의했다"라며 휴전 성사가 임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협상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계속 이견을 보이면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 완충지대 '필라델피 회랑'에서 이스라엘군의 철군 문제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양측은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교환 비율에도 동의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연쇄폭발 사건으로 중동 정세가 다시 격랑에 빠지면서 휴전 협상도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전면전에 나설 경우 가자지구 전쟁을 외교적으로 해결할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는 지적이다.

미 당국자들은 하마스의 협상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하마스의 요구에 따라 미국과 이스라엘이 협상안을 수정해도 하마스가 말을 바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하마스 궤멸'을 고수하는 연립정부 내 극우파의 눈치를 보며 협상을 질질 끌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WSJ은 전했다.

이에 한 미 당국자는 "협상 타결이 임박하지 않았다"라며 "실제 휴전이 성사될지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전날 브리핑에서 휴전 협상과 관련해 "일주일 전보다 (타결에) 가까워지지 못했다"라면서도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CNN은 "향후 몇 달 안에 휴전이 실현되지 않으면 그동안 엄청난 시간과 노력, 정치적 자본을 쏟아부은 바이든에게는 엄청난 외교적 실패와 실망을 의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년간 전쟁의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동 국가들에서도 좌절감이 번지고 있다.

한 아랍 국가의 당국자는 WSJ에 '삐삐 폭발' 사고 이후 "(휴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없다"라며 "현재 모든 협상 당사자가 (미국) 대선까지 상황을 관망 중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임기 만료까지는 한참 남았다며 협상 노력을 포기하기는 이르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바이든 행정부 관리는 "휴전 협상을 포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라며 "처음부터 말했듯이 리더십과 타협이 필요하며, 우리는 모든 당사자가 이를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소탕을 명분으로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난민촌을 공습해 6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사진은 파괴된 난민촌을 허탈하게 바라보는 소년. 2024.9.10 ⓒ 로이터=뉴스1 ⓒ News1 윤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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