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美와 협력체계 구축 필요…韓 상용화 단계 기회 있어"

김정상 듀크대 교수 "암호 해독 가치…미·중 패권경쟁 포기 않을 것"
"미래 경제발전 양자컴퓨팅이 핵심 역할, 부가가치 창출 모색해야"

김정상 미국 듀크대 전자공학과 교수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양자컴퓨터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양자(Quantum)컴퓨터'를 둘러싼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 분야의 석학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한국 정부와 기업의 과제와 기회로 미국 등 동맹국과의 협력체계 구축과 상용화 단계에서의 부가가치 창출 모색을 꼽았다.

김정상 미국 듀크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소재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양자컴퓨터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이같이 조언했다.

김 교수는 미국 양자컴퓨터 기업인 아이온큐(IonQ)를 공동창업했고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냈다. 지난 3월 CTO에서 물러나 대학에 복귀했지만, 현재도 아이온큐에 기술 자문을 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의 얽힘이나 중첩 등의 효과를 이용해 계산하는 컴퓨터로, 디지털 기술 기반의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계산이 가능하다.

현재 거의 대부분 보안시스템의 알고리즘은 매우 큰 수의 소인수분해를 계산해 내기 어렵다는 점에 의거하고 있는데, 현재의 슈퍼컴퓨터가 수백만 년, 수억 년이 걸려도 하기 어려운 계산을 양자컴퓨터는 이론적으로 단 몇 초 만에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양자컴퓨터는 기술 완성도가 높아지는 미래 어느 시점에 현재의 보안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다른 관점에서는 매우 강력하고 고도화된 양자컴퓨팅 기술을 보유한 국가나 기업은 정보 처리 능력에서 그렇지 못한 국가나 개인에 비해 큰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김 교수는 과거 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 당시 영국과 미국이 각각 독일과 일본의 암호를 해독해 얻은 정보를 발판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사례를 예로 들며,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이 당장은 군사 목적으로 활발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양자컴퓨터가 암호를 깰 수 있다는 전략적인 가치 때문에 미국과 중국은 패권 경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을 겨냥해 수출 통제 품목에 양자컴퓨터를 추가하는 등 적대국을 상대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양자컴퓨터에 한국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5년 내로, 1990년대부터 관심을 가져온 미국이나 2000년대 초반부터 투자를 시작한 유럽, 일본 등에 비해 기술에서 많이 뒤처져 있다고 김 교수는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군사적 용도만이 아닌 경제 및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양자컴퓨터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상용화 단계에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미국의 수출 통제와 관련해, "너무 일찍 기술을 통제하려 들면 오히려 해당 국가 울타리 밖에서 더 좋은 기술이 나오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면서 "미국은 동맹국과는 벽을 없애 우군을 확보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강연에는 조현동 주미한국대사 등 대사관 관계자, 현지 특파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조현동 대사는 이날 김 교수에게 미국과 한국의 양자컴퓨팅 기술 수준의 차이와 한국과 미국 간 협력 방안을 질의했다.

김 교수는 "미국, 일본, 유럽 등은 지난 30년 가까이 기술을 축적했고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기술 격차가 있다는 것을 우선 인정하면서, 우선은 이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미국과 협력의 틀을 잘 만들되, 차세대에는 어떤 기술이 필요할지 도전적으로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조현동 주미한국대사(사진 우측)와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세미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