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넘긴 가자전쟁…바이든 퇴임 전 휴전엔 먹구름
휴전 협상 난항 거듭…'필라델피 회랑 통제'가 쟁점
백악관 내 번지는 회의감…"엄청난 외교적 실패"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가자지구 전쟁이 11개월 넘게 계속되면서 휴전 성사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어두워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 완충지대 '필라델피 회랑'을 두고 서로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고, 양측 지도자들도 협상 의지가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과제로 가자지구 휴전을 설정하며 힘을 쏟고 있지만, 백악관 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 임기 내 협상이 어렵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휴전 전망에 드리운 먹구름
중재국인 미국은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한 이스라엘 측의 '3단계 휴전안'을 기초로 카타르, 이집트와 함께 휴전 성사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협상은 이스라엘이 새로운 조항을 계속 추가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 1단계에서 진행될 인질과 수감자 맞교환 등에서 계속 이견을 보이면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휴전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되는 내용은 필라델피 회랑 이스라엘군 병력 유지 문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이곳에 있는 지하 터널을 무기 밀반입 통로로 사용한다며 자국군이 통제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하지 않을 경우 피랍 인질의 생환이 불가능하다며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하마스 피랍 인질 6명의 시신이 발견되는 등 생존 인질이 거의 남지 않은 상황에서 휴전 성사를 위한 '골든타임'은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양보할 의지가 보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스라엘군은 필라델피 회랑에 하마스가 사용할 수 있는 터널을 모두 파괴했다고 밝혔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거듭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누구도 내게 설교할 수 없다"며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하마스 역시 이스라엘인 살인 혐의로 종신형을 받은 팔레스타인 수감자도 석방하라는 조건을 추가하는 등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바이든 임기 내 휴전 어려울 듯"
이처럼 휴전 협상에 난항이 계속되면서 대표 중재국인 미국에서 회의론이 커지는 분위기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백악관이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과 관련한 전략을 재검토 중이다"라며 "이른 시일 내에 휴전이 성사될 가능성에 매우 회의적이다"라고 보도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카타르, 이집트와 협상안을 계속 수정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이견을 해소할 공식은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고 악시오스는 지적했다.
한 미국 당국자는 "백악관 관계자들은 슬프고 화가 났으며 좌절 중이다"라며 "지금은 힘든 시기"라고 시인하기도 했다.
CNN 역시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최근 며칠간 심각한 문제들로 (휴전에 대한) 분위기가 바뀌었다"라며 "하마스의 휴전 의지에 회의감을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7월 대선 불출마 발표 후 마지막 과제로 가자지구 휴전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결국 이를 달성하지 못한 채 퇴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휴전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휴전 중재를 중단하겠다는 경고를 날리며 절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CNN은 "향후 몇 달 안에 휴전이 실현되지 않으면 그동안 엄청난 시간과 노력, 정치적 자본을 쏟아부은 바이든에게는 엄청난 외교적 실패와 실망을 의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aeha6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