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끌어안는 해리스, '무임승차 불가' 트럼프…美 후보 외교 전략은
해리스, 소다자 협력체 중심 동맹 구축
親이스라엘 트럼프, 가자 전쟁 해결책엔 함구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첫 TV토론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정책 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두 후보는 외교·안보 정책에서 각각 동맹 강화와 무임승차 불가론을 내세우며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데, 정치 무대에서 외교·안보를 다룬 경험이 부족한 해리스 부통령에게는 외교·안보 정책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맹 강화' vs '무임승차 불가'
해리스 부통령의 외교·안보 노선은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로 요약된다.
미국외교협회(CFR)는 "해리스는 다자 간 협력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강력한 지지자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해리스 부통령은 나토 같은 동맹,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북한·러시아 등의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대중 견제, 아시아·태평양 국가와의 협력을 강조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계승하는 것이다.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파푸아뉴기니와 새로운 방위 협정을 체결하고, 필리핀과는 기존 방위 협정을 진전시키는 등 강화된 인태 전략을 수립하는 데 집중해 왔다.
아울러 일본, 한국과도 안보 협력을 심화했고, 대(對)중 견제를 목표로 하는 쿼드(Quad)의 첫 대면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바이든 행정부는 호주, 영국과 3자 협정인 오커스(AUKUS)를 체결하며 중국에 대한 동맹국의 억제력과 방위 역량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미국이 취한 다수의 양자동맹을 구축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소다자 협력체 중심의 '격자형' 구조 확대에 힘을 실어 왔다. 해리스 부통령의 대외 구상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집권 1기에서도 주한미군 철수, 미국의 나토 탈퇴 등을 요구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2기에서도 안보 무임승차를 근거로 독립적인 외교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선거운동 캠페인 웹사이트에서 "우리는 나토의 목적과 임무를 근본적으로 재평가하는 과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나토 탈퇴까지 언급하며 나토가 지금보다 더 많은 분담금을 부담하지 않으면 협력이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나토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를 방위에 지출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으며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는 취지다.
나토뿐만 아니라 한미일 동맹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한국에 기존의 5배 넘는 방위비분담금을 요구해 한미 동맹에서 긴장감을 높였다. 그는 일본에도 기존의 4배 가까운 방위비를 요구한 바 있다.
◇우크라·가자 전쟁에서도 이견
두 후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필요한 한 우크라이나의 방어 노력을 지원할 것이며, 미국은 우크라이나 재건을 돕고 평화를 달성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본 노선은 고립주의를 기반으로 미국이 다른 지역 갈등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을 반대하고, 미국의 개입을 최소화하려 한다. 특히 그는 자신이 11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내에 끝낼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더군다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0일 ABC뉴스 주재 TV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들이 당신이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는 이유는 당신을 아첨으로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가자지구 문제에서도 두 후보 간 차이는 좁혀지지 않는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을 옹호해 왔다. 또 가자지구에서의 전쟁 종식을 촉구하고 있다.
부통령들은 외교 문제에 있어 당의 노선을 따르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그간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민간인 학살에 우려를 표하며 미국의 대이스라엘 정책에 우회적인 반발 의사를 드러내 왔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親) 이스라엘 정책 기조를 내세우고 있지만, 가자지구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텔아비브에 대사관을 두고 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바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유대인과 무슬림 모두에게 신성한 성지가 있는 예루살렘을 서로 자신의 수도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은 이스라엘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아울러 그는 이듬해 이스라엘이 1967년 시리아에서 빼앗은 분쟁 지역인 골란 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했다.
◇외교·안보 분야, 해리스 아킬레스건 될까
해리스 부통령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으나, 외교 분야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해리스, 외교 정책에서 중대한 시험에 직면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약점으로 외교 분야를 꼽으며 공화당이 이를 그의 취약점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경력의 대부분을 법조인으로 보낸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017년 상원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트럼프 캠프 대변인 캐롤라인 리빗은 "카멀라 해리스는 조 바이든의 허약한 정책을 지지한 것 외에는 외교 정책 경험이 전혀 없다"며 "이 정책은 우리의 적들을 고무시키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어졌으며, 이란이 지원하는 테러리스트들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녀가 우리의 총사령관이 된다면 미국이 더 위험한 곳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낸시 맥엘다우니는 "해리스는 외교 정책 경험을 갖고 취임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귀중한 것들을 가져왔다"며 "날카로운 지성, 건전한 판단력, 정확한 직감"이라고 전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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