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셀프 칭찬'에 어이없는 공화…"토론팀 경질돼야"
'최측근' 린지 그레이엄 "트럼프, 기회 놓쳤다"
기부자도 실망…일각 "편파방송, 3 대 1 싸움"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진행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첫 TV 토론에 대해 자찬하고 있지만 당 안팎 분위기는 "토론 준비팀을 경질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로이터 통신과 미(美) 정치전문매체 더 힐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폭스뉴스 프로그램에서 "내 생애 최고의 토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해리스와의 TV 토론을 자평했다. 해리스 측이 즉시 2차 TV 토론을 제안한 가운데 트럼프는 본인이 이번 토론에서 승리한 만큼 굳이 추가 토론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 안팎 분위기는 이와 완전히 반대로 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최측근'으로 불리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기자들에게 "기회를 놓쳤다"며 "트럼프가 집중하지 못하고 본인의 기록을 선전할 기회를 잃었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또한 "해리스는 절묘하게 준비된 반면 트럼프는 그렇지 못했다"고 했다. 2016,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토론 준비팀의 핵심 멤버이기도 했던 크리스티는 "트럼프를 위해 토론 준비를 한 사람은 누구든 경질돼야 한다"며 "그(트럼프)는 오늘 밤 전혀 훌륭하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로이터는 공화당 기부자 6명, 트럼프 측 고문 3명을 익명으로 인용해 이들이 "트럼프가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해리스가 토론에서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부는 토론 당시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인의 반려견을 잡아먹는다"는 온라인상의 음모론을 여과 없이 언급한 데 대해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토론이 편파적이었다는 취지로 방어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의 토론 준비를 도왔던 전직 민주당 하원의원 털시 개버드는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토론은 '3 대 1'로 ABC 뉴스 사회자들이 해리스를 편드는 것이 분명하다"는 글을 올렸다. ABC 사회자 데이비드 뮤어와 린지 데이비스는 올해 6월 트럼프와 조 바이든 대통령(민주당) 간 CNN 토론 때와는 달리 트럼프의 '거짓 주장'에 실시간으로 반박했다.
공화당 소속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주)은 폭스뉴스에서 "트럼프에게 던진 질문이 '왜 그런 끔찍한 일을 했느냐'는 것이었다면 해리스에게 던지는 질문은 '트럼프가 한 끔찍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준비 부족을 탓하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에 앞서 전통적으로 진행해오던 모의 토론을 트럼프가 하지 않았고 캠프에서 세운 전략을 잘 소화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캠프의 전략 중 하나는 '해리스는 곧 바이든'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것이었으나 트럼프는 토론 중 "바이든이 해리스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토론 막바지에 가서야 시청자들에게 "해리스가 바이든"이라고 말했다.
cho1175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