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민자들, 반려동물 잡아먹어" 되풀이…유언비어 자충수

밴스가 확산시킨 루머, 트럼프가 재생산…팩트체크 후에도 주장 안 굽혀
해리스, 웃으며 절레절레…정치 전문매체 "트럼프 최악의 순간" 혹평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첫 대선 TV토론회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야기하고 있다. 2024.09.10 ⓒ 로이터=뉴스1 ⓒ News1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정지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맞붙은 첫 TV 토론에서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를 유포했다.

10일(현지시간) ABC뉴스의 주최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트럼프는 오하이오주(州) 아이티 이민자들이 "스프링필드에서 그들은 개를 먹고 있다"며 "이민자들은 고양이를 먹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반려동물을 먹고 있다"며 근거 없는 소문을 재생산했다.

이에 해리스는 "극단적"이라 논평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었다.

ABC뉴스는 곧바로 확인 보도를 통해 트럼프의 해당 발언이 거짓이라고 전했다.

스프링필드 경찰서에 따르면 지역 내 반려동물이 도난당해 잡아먹혔다는 사건 신고는 접수된 바 없다. 스프링필드시 대변인 역시 "이민자 커뮤니티 내 개인이 반려동물을 해치거나 학대했다는 신뢰 가능한 보고 및 구체적 주장은 없었다"고 했다.

사회자가 사실관계를 정정하는 순간에도 트럼프는 계속 끼어들어 "텔레비전에 나온 사람들이 자기 개가 잡혀서 식용으로 사용됐다고 말했다"고 일방적 주장을 이어갔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이 순간을 '도널드 트럼프의 최악 순간'으로 꼽았다. 그리고는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익숙해진 나라라도 그의 일부 허황된 주장에는 여전히 놀랄 수 있다"고 논평했다.

일부 비평가들은 이를 인종차별이라 불렀으며, NBC는 "이 발언은 오늘날의 미디어 생태계에서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퍼지는 것을 보여줬다"고 짚었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자인 J.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글. 아이티 출신 이민자가 이웃 주민의 반려동물을 납치한 후, 살해하고 먹었다는 문의를 다수 접수했다며 "이 소문이 거짓으로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2024.09.10/

트럼프가 언급한 이민자 유언비어는 그의 러닝메이트, J.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먼저 확산했다.

밴스는 앞서 SNS를 통해 아이티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납치했다는 "많은 문의를 받았다"고 반복적으로 게시했다.

그가 받은 '문의'는 SNS에 퍼진 한 게시물을 바탕으로 쏟아졌는데, 작성자는 "이웃의 딸의 친구"가 나무에 매달려 도살된 채 잡아먹히는 고양이를 보았다며, 그 일이 발생한 집에는 아이티인이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시물에는 한 흑인 남성이 캐나다 거위처럼 보이는 물체를 발로 잡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 있었는데, 이 이미지의 합성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주장의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다.

밴스 뿐만 아니라 다른 공화당원들도 비슷한 게시물을 공유했다. 테드 크루즈 텍사스 상원의원은 새끼 고양이 사진과 함께 "아이티 이민자들이 우리를 먹지 않도록" 트럼프에게 투표하라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밴스는 "이 모든 소문이 거짓으로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밴스가 퍼뜨리고 트럼프가 재생산한 유언비어의 실체는 전혀 별개의 사건에서 파생됐을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경찰보고서를 인용해 지난달 26일,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가 아닌 '캔턴'에서 한 27세 여성이 주거지역 내 여러 사람 앞에서 고양이를 고문하고 살해한 후 먹었다고 보도했다. 용의자는 아이티인이 아닌 오하이오주 출신자였다.

관련 공무원들은 트럼프와 그의 동료들인 흑인 및 유색 인종 이민자들에 대한 인종적 고정관념을 확대하는 데 이를 이용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자세한 보고는 없다고 지적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