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격전지 판세] 보수 '바이블 벨트' 조지아, 다인종 유입에 '접전'

선벨트①…지난 30년간 공화당 지지세 강해
흑인·히스패닉·아시아계가 48%…16명 선거인단 두 번째로 많아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제47대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접전을 펼치는 가운데 7곳의 경합주가 판세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경합주 중에서도 두 번째로 선거인단이 많은 조지아주(州)에서는 지난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어느 후보에게 승리를 안겨줄까.

4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겸 민주당 대선 후보가 뉴햄프셔주 노스 햄튼의 스로백 양조장에서 선거 유세에 나섰다. 2024.09.04 ⓒ AFP=뉴스1 ⓒ News1 유수연 기자

◇보수 '바이블 벨트', 다인종 유입에 정치 성향도 바뀌어

경합주에서 선거인단이 두 번째로 많이 배정된 조지아주(16명)는 2020년 대통령 선거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난 30년간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었다.

미국 기독교 신앙 수호 지역인 '바이블 벨트'에 속한 조지아주는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빌 클린턴을 선택하기 전까지 대선 후보와 상하원 모두 공화당 후보에 표를 던졌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경제 활성화로 다양한 인종, 계층이 유입되며 정치 성향에도 변화가 생겼다. 전문가들은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조지아주에서 승리를 거둔 데는 아시아·아프리카·히스패닉 인종 거주자가 증가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러한 변화는 주로 주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진보적이고 다양한 애틀랜타 도시권의 빠른 인구 증가 때문"이라며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시아계 미국인, 라틴계 및 백인 유권자가 상당히 유입돼 공화당이 우세한 농촌 지역과 균형을 이뤘다"고 짚었다.

조지아주 인구 통계를 살펴보면, 백인(50.4%), 아프리카계(33.1%), 히스패닉계(10.5%), 아시아계(4.8%) 순으로 많다.

미국 전체에서 백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61.6%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지아주의 비(非)백인 인구가 10%포인트(p) 많은 셈이다.

또 조지아주의 중위 연령은 37.0세로, 미국 평균(38.5세)보다 낮아 비교적 '젊은 주'에 속한다.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에서 해리스 부통령으로 대선 후보가 교체되기 전까지 조지아주에서 약세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를 잃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해리스 부통령으로 후보를 바꾼 후 히스패닉·흑인·아시아계는 물론 젊은 층 유권자까지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고르는 사람의 모습. 22.12.14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핵심 의제는 '경제'…'민주주의'는 조사마다 의견 갈려

조지아주 유권자들은 '민주주의 보존'을 이번 선거의 최우선 의제로 보고 있다. 마리스트 칼리지가 지난 3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25%가 '11월 선거에서 민주주의를 보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민과 인플레이션(24%), 의료(10%), 낙태(8%), 범죄(7%)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같은 달에 더힐-에머슨 컬리지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경제(32%)가 가장 높은 관심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이민(14%), 의료(12%), 범죄(11%), 주택(8%)이 순이었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8%에 머물렀다. 교육(7%), 낙태(6%) 등도 언급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가드레일이 없는 도널드 트럼프를 이해하자. 그는 재선 첫날 공개적으로 독재자가 될 것이라고 맹세했다. 그 발언의 의미를 생각해보자"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아울러 지난달 CNN과의 인터뷰에서는 경제 정책을 상세히 설명하며 흑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했다. 조지아주 매체이자 흑인 중심 매체 캐피털 B 애틀랜타는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 정책을 설명하며 "경제 문제는 조지아주 흑인 유권자들의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경제 회복에 대해 갖고 있는 비전은 세금 인하, 급여 인상, 미국 근로자들의 일자리 확대"라며 "흑인과 히스패닉계 미국인의 실업률이 낮았던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 덕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때인 2018년 12월 아프리카계 미국인 실업률은 6.8%로, 정부가 추적을 시작한 1972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히스패닉계 실업률도 4.9%로 최저치와 근사했다.

또 그는 이민자와 범죄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두 문제를 한데 엮어 선동적인 수사를 남발하며 지지층을 결집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겸 공화당 대선 후보가 5일(현지시간) 뉴욕 경제 클럽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09.05 ⓒ 로이터=뉴스1 ⓒ News1 유수연 기자

◇지난 선거 득표율 차이 0.23%p…여론조사·전망치 모두 달라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에서 두 후보의 득표율이 0.23%p에 불과했다는 점에 미뤄봤을 때, 이번 선거에서도 표심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

워싱턴포스트(WP)는 주 여론조사·전국 여론조사·지난 대선 등을 바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p 앞서고 있다고 예측했다.

선거 분석 웹사이트 '디시전 데스크 HQ'(DDHQ)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지아주에서 승리할 확률을 59%,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할 확률을 41%로 예측했다.

DDHQ는 지난달 2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65%, 해리스 부통령의 승리를 35%로 내다봤는데, 30%p 차이가 2주 사이 18%p 차이로 좁혀졌다.

다만 DDHQ는 여론조사 평균값으로는 해리스 부통령이 49.2%의 지지율을 얻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48.8%)보다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여론조사 평균값을 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도 0.1%p 차이로 해리스 부통령이 우세하다고 봤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