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해리스, 백악관 문턱까지 왔다? 정말 그럴까[美대선 판세분석]
해리스, 트럼프와 1.8~3.9%p 차이…최근 22번 조사서 16번 승리
다수의 선거 예측 기관, 해리스 승리 예상…여러 변수 여전히 남아
(서울=뉴스1) 국제부 = 미국 민주당의 2024년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최근 기세가 매섭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7월 21일 퇴진 직전 양당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약 3%포인트(p)였는데 해리스 부통령은 후보 자리를 꿰차자마자 격차를 단숨에 절반으로 줄였다.
후보 교체에 따라 '고령 논란'이 사라지고 후보를 확정하는 화려한 전당대회까지 펼쳐지면서 8월 초엔 '골든크로스'까지 이뤄냈다. 반면, '컨벤션 효과'에 묻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렇다 할 호재를 만들지 못하면서 지지율은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국 지지율 조사 1.8~3.9% 차이
미국의 최신 여론조사를 평균 내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지난 29일 분석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는 48.0%의 지지를 받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1.8%포인트(p) 뒤진 46.2%다. 8월 들어 진행된 22번의 전국 조사에서 해리스 후보는 16번 이겼다.
다른 곳의 조사 결과도 대동소이하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취합한 뉴욕타임스(NYT) 분석에서도 해리스 후보는 49%로 트럼프(46%)를 앞서고 있다. 미국 ABC뉴스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분석 웹사이트 538에선 각각 47.2% 대 43.7%다. 격차는 3.5%p다. 또 다른 선거 분석 웹사이트 '디시전 데스크 HQ(DDHQ)에선 49.0% 대 45.1%로, 차이는 3.9%P다.
해리스 후보가 확실히 승기를 잡아가고 있는 흐름으로 읽힌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미국은 형식상 간접선거를 치른다는 것이다. 선거권을 가진 국민이 대통령 후보에게 직접 투표하는 식이 아니다. 그래서 (총득표에서) 이기고도 (선거 결과에선) 질 수 있다.
일단, 미국 대선 방식을 간략히 살펴보자. 미국은 일반 유권자가 각 주를 대표하는 대통령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을 뽑고,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선거인단은 총 538명인데, 과반을 넘는 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한다. 선거인단은 기본적으로 해당 주 유권자들의 선택을 따르기 때문에 이들이 누구를 찍을지는 이미 결정돼 있다.
그래서 인구가 많은 주에서 몰표를 받는 것보다 보다 많은 주에서 한 표라도 더 받는 후보가 유리한 구조다. 50개 주 가운데 2개 주(메인과 네브래스카)만 제외하고는 승자독식제를 시행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전국 득표가 앞선 후보가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 패배하는 경우가 있었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득표율이 48.2%에 달했지만 선거인단은 227명 확보에 그쳤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46.1% 득표에도 304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백악관의 주인공이 됐다. 2000년 대선에선 조지 W 부시 공화 후보가 271명을 확보해 승리했는데 득표율은 47.9%로 앨 고어 후보가 받은 48.4%보다 낮았다.
그래서 정확한 예측을 위해선 선거인단 몇 명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일단, 미국의 정치지형부터 살펴보자. 미국 내 상당수 주는 '레드 스테이트'(빨간색 주)와 '블루 스테이트'(파란색 주)로 불린다. 앞쪽은 공화당 텃밭이고, 후자는 민주당 강세 지역을 칭한다. 블루 스테이트는 서부와 동북부 해안 지역이고, 레드 스테이트는 중부 내륙과 남부 지역 주들이다. 이곳에선 표심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승부처는 7개 경합주…대혼전
여기서 주목해야 할 곳이 '스윙 스테이트'다. 지지 정당이 일정하지 않고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스윙 스테이트 또는 경합주라고 불린다. 승부는 여기서 결정된다.
미국 언론들이 이번 선거에서 경합주로 보는 곳은 '선벨트(일조량이 많은 남부 15개 주)'에 속하는 노스캐롤라이나(선거인단 16명)와 조지아(16명), 애리조나(11명), 네바다(6명), '러스트 벨트(북동부 5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장지대)'에 속하는 펜실베이니아(19명), 미시간(15명), 위스콘신(10명)을 들 수 있다. 두 후보는 경합주에선 모두 약 2% 내 초방빅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들 지역의 표심이 선거 당일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르지만 여론조사에서 경향성이나 추세가 없는 것은 아니다.
RCP 기준으로 네바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0.3%p 여전히 앞서지만 최근 3차례 조사에서 해리스가 모두 승리했다. 조지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초박빙 강세 지역이었지만 최근 3차례 조사에서 해리스 후보가 앞서며 동률이 됐다. 미시간과 위스콘신은 해리스 후보가 훨씬 많이 이긴 곳이다. 펜실베이니아와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에선 여론조사 때마다 1등이 거의 매번 바뀌고 있다.
경합주 흐름은 해리스 쪽으로 아주 살짝 기울어져 있다. 미 대선 예측 기관들은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서 결과를 예측한다. 이들은 기존 여론조사 추세에 자체 분석 기법을 가미해 수치를 조정한다.
유명 선거 분석 웹사이트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이번 대선의 경합주로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을 꼽았다. 그러면서 민주는 226명, 공화는 219명을 확보한 상태에서 93명을 놓고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DDHQ는 승부처로 애리조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를 놓고 민주와 공화 각각 247명, 219석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애리조나와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는 공화당으로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은 민주 강세로 봤다. 이 결과를 토대로 해리스의 승리 확률로는 57%를 뒀다. 538은 해리스 승리 가능성을 58%로 봤다. 이코노미스트는 해리스 후보 60% 대 트럼프 후보 40%로 추정했다.
◇향후 지지율 변동 변수는
해리스 후보가 종이 한 장 차이로 앞서고 있다는 게 대선 예측 기관들의 대체적인 판세 분석이다. 하지만 대선은 온갖 사건 사고들이 발생할 만한 시간인 60여 일 후에 치러진다. 그래서 해리스 후보가 현재 상승세를 보인다고 해도 이 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컨벤션 효과'가 사라지면서 해리스 후보의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도 있다.
미국 유명 통계학자이자 정치분석가인 네이트 실버가 발행하는 실버 불러틴(Silver Bulletin)은 29일 업데이트에서 승리 가능성으로 트럼프 후보에게 52.4%, 해리스 후보에겐 47.3%의 수치를 부여했다. 실버 불러틴 역시 8월 들어 해리스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트럼프 후보보다 높게 봤는데 이게 뒤집어졌다.
네이트 실버는 전당대회 효과로 해리스 후보의 수치가 부풀어 올라있다면서 분석 모델이 이를 재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국 여론조사 수치 격차가 향후 몇 주간 더 유지된다면 모델이 이를 다시 재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V토론이 승부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CNN이 주관한 대선 후보 첫 TV토론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더 줄이고자 했지만 자신의 고령 논란에 불을 지피고 말았다.
아울러 2016년 대선에서 8월 29일 수치를 보면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후보에 5.9%p 앞서고 있었다. 현재 해리스-트럼프 후보 간 격차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트럼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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