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서 마이크 모두 켜놓아야" 해리스가 트럼프와 신경전 벌이는 이유

해리스 측 "마이크로 트럼프 막말 여과 없이 전달 원해"
트럼프 측 "정책 토론에 집중하도록 마이크 꺼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오는 9월10일 2차 TV 토론에서 상대방이 발언하는 동안 다른 쪽의 마이크는 꺼지는 기존 CNN 방식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측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측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당초 마이크를 끄는 것은 민주당의 제안이었는데 이제 ABC방송이 주최하는 이 토론에서는 트럼프 측이 마이크를 끄는 쪽, 해리스 측이 마이크를 켜는 쪽을 선호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 후보 해리스 측은 마이크를 켜두어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말을 여과 없이 전달해 여성이나 유색인종, 젊은 유권자들이 질겁하게 할 심산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보좌관들도 같은 것을 우려해 마이크를 끄는 것이 낫다고 본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측은 앞서 6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한 CNN 주최 토론에서 마지못해 마이크 끄기에 동의했다. 두 사람이 한 2020년 첫 TV 토론은 트럼프 측의 방해 언사로 혼란 그 자체였다. 이에 바이든은 트럼프에게 "이봐, 입 좀 다물래?(Will you shut up, man?)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트럼프 측이 이번 ABC방송 주최 토론에는 마이크 끄기 규칙을 고수하려는 이유가 지난 6월 토론에서 이 규칙 덕인지 의외로 트럼프가 차분한 모습을 보였고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해리스 측은 토론 2주를 남겨두고 규칙을 변경하고자 하는데 켜진 마이크를 통해 해리스 답변 도중 내내 막말하고 짜증 내는 트럼프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BBC는 보았다.

민주당 전략가이자 정치 분석가인 아메시아 크로스는 유세나 소셜미디어 글에서 트럼프는 끊임없이 해리스에 대해 인신공격하는데 이번 토론에서도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럴 경우 민주당에 좋다고 했다.

트럼프의 공격적인 태도가 가뜩이나 마음을 얻지 못한 여성, 유색인종, 젊은 유권자의 표를 더 떨어뜨릴 수 있는데, 수만표가 승패를 가르는 경합주에서는 마음을 정하지 못한 소수 유권자의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트럼프 캠페인은 인신공격이 아닌 정책을 다뤄야 트럼프가 승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의 한 측근은 BBC에 트럼프가 경제, 국경, 범죄에 관해 이야기만 한다면 11월에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상대 발언 때 마이크가 꺼지는 쪽이 더 좋다는 것이다.

한편 공화당 전략가인 포드 오코넬은 BBC에 해리스 캠페인이 "이슈에서 이길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말싸움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캠페인이 마이크 음소거는 원래 민주당이 내놓은 것이기에 공격적으로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코넬은 "'우리는 너희가 규칙을 정하도록 했다. 그러니 우리는 같은 규칙을 고수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9월10일 토론에 관해 "규칙은 '사기꾼' 조 바이든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잘 맞았던, 지난 CNN 토론과 동일하다"고 했다. 하지만 해리스 캠프 관계자는 "이 문제는 주최 방송사인 ABC와 계속 논의 중"이라며 마이크 끄기 규칙이 아직 확정된 게 아님을 시사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