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특검 '트럼프 대선 결과 뒤집기' 공소장 수정…면책 사항 삭제(종합)

의사당 폭동 전 연설 등을 대통령 아닌 '개인'이 한 것으로 규정
트럼프 "죽은 마녀사냥 부활시키려 한다" 반발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선언 낭독을 저지하려 미 의사당 난입을 시도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혜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권진영 기자 = 잭 스미스 미국 연방 특검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와 관련해 수정된 기소장을 27일(현지시간) 제출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검찰은 재임 중 대통령의 공적 행위에 대해서는 퇴임 후에도 형사상 면책 특권이 폭넓게 인정된다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기소장을 수정했다.

지난달 1일 연방 대법은 "대통령의 재임 중 행위에 대해서는 절대적 면책 특권이 있지만, 비공식적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새 기소장은 기존 45페이지에서 36페이지로 분량이 줄었는데, 가장 큰 변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뒤집기 위해 미국 법무부에 압력을 가했다는 혐의가 삭제됐다는 점이다.

특검팀은 CNN에 이 기소장이 "대법원의 판결과 지시를 존중하고 이행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기소장에 포함된 '공모자 4호', 제프리 클라크의 이름도 빠졌다. 클라크는 트럼프 행정부가 조지아주 등 대선 표차가 적었던 지역에서 선거 사기 수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려 했던 인물이다.

이로써 원래 총 6명이었던 공모자는 5명이 됐다. 나머지 대부분은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시도에 대해 조언한 변호사들이다.

대법원이 공식 행위에 대한 면책특권을 인정한 만큼, 이번 기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모자들이 비공식적 자격으로 행동했다는 주장을 더욱 분명히 하려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더힐에 따르면 이런 차원에서 기소장은 트럼프의 선거에 대한 거짓말이 대통령으로서가 한 게 아니라 선거 운동 과정에서 퍼졌다는 것을 지적하려고 노력했다. 기소장은 어느 시점에서 트럼프에 대해 "후보이자 시민으로서"라는 표현을 썼다. 즉 특검은 트럼프가 국회의사당을 습격하기 전 지지자들에게 한 연설을 "개인 자금으로 운영되고 개인이 조직한 정치 집회에서 선거 연설을 한 것"으로 표현했다.

새 기소장에서 전 부통령 펜스에 대해 압력을 넣은 혐의는 삭제되지 않았는데, 이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면책될 수도 있다고 '추정'한 것이라 추후 법원의 판결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기소장은 "피고는 인증 절차와 관련된 공식적인 책임이 없었지만, 선거에서 승자로 선언되는 데 대해 개인적인 관심이 있었다"는 식으로 이 역시 대통령으로서의 공식 행위가 아닌 것으로 묘사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제기됐던 △미국을 속이기 위해 음모를 꾸민 혐의 △공식 절차 방해 및 음모 혐의 △공식 절차 방해 시도 △권리에 대한 음모 등 4가지 혐의도 그대로 유지됐다.

이는 스미스 특검이 "대법원의 면책 결정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유죄 판결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는 신호"라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양측은 다음 주 법정에 일정 심리(a status hearing, 재판이 본격 시작되기 전 양측이 사건 진행 상황을 논의하는 심리)를 위해 출두할 예정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5일 열리는 대선 전 재판에 회부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면책특권 인정 결정 후 유죄 평결이 내려진 사안들도 형량 선고가 미뤄지는 등 일정이 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서 특검의 수정 공소장 제출을 "죽은 마녀사냥을 부활시키려는 노력"이라고 불렀다. 또 스미스 특검의 "체면을 살리려는" 움직임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미친 잭 스미스가 나를 상대로 터무니없는 새로운 기소장을 제출했는데, 이는 이전 기소장의 모든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즉시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