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달인 캐나다 사람들…저렴하게 셀프로 뚝딱[통신One]
고비용에 셀프 이사가 필수…편리한 트럭 렌탈 시스템 활성화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9월이 되면 캐나다는 새 학기의 시작과 함께 이사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학생들이 새로운 학교나 도시에 적응하기 위해 움직이는 시기이기도 하고, 많은 가정이 여름 방학 동안 준비해 온 이사를 마무리 짓는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캐나다에서의 이사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현지인들은 평생 셀프 이사를 해봐서 이미 적응이 되고 노하우가 있겠지만 한국처럼 이사업체 시스템이 아주 잘 갖추어진 나라에서 그 맛을 본 사람들은 스스로 이사를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캐나다에도 이사업체가 있을까? 정답은 "있다"이다. 주로 캐나다 대도시에는 이사업체가 점점 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인이나 중국인, 또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이사업체들이 많다.
그런데 이사 비용을 알아보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막상 돈 좀 주고 편하게 이사해보자고 마음을 먹어도, 견적서를 받아보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사비용이 이 정도라고? 차라리 그 돈으로 새 가구를 살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결국, "몸 좀 힘들어도 가족끼리 셀프 이사 한 번 해보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보통 이사업체는 포장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며, 대신 박스를 제공하고 고객이 스스로 짐을 포장하도록 요구한다. 짐을 모두 포장해 놓으면, 이사 당일에 이사업체가 도착하여 박스를 차에 싣고 나머지 큰 물건들을 옮겨준다. 포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사업체도 있지만, 그 비용은 상당히 비싸다. 이사 비용은 짐의 양, 이동 거리, 트럭의 크기 등에 따라 달라지며, 이사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보통 스타렉스 한가득 실을 짐을 2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하면 3000달러(약 300만 원) 정도이고, 1.5톤 트럭의 양과 10시간 이상의 거리에 있는 지역이면 1만달러(약 1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번에 나도 처음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산더미 같은 짐을 보면서 "이걸 어떻게 다 옮기지?" 하는 막막함에 한국에서처럼 이사업체를 부를지 고민했지만, 견적서를 보는 순간 마음이 바뀌었다. 결국 나도 캐나다인들처럼 셀프 이사에 도전하기로 하며 그들이 이사하는 방법을 꼼꼼히 알아보고 배웠다.
캐나다인들은 이사를 결심하면 가장 먼저 가라지 세일(야드 세일)을 준비한다. 이사 가기 며칠 전에 동네 전봇대에 가라지 세일을 연다는 안내문을 붙여 이웃들에게 날짜와 시간을 알린다. 세일 당일이 되면, 처분하고 싶은 물건들을 창고나 주차장, 또는 집 앞 잔디밭에 쫙 펼쳐놓고 팔기 시작한다.
가라지 세일은 캐나다에서 이사 전통의 일부분으로, 집안에서 필요 없어졌거나, 이사 가면서 새롭게 장만하려는 물건들을 저렴하게 내다 팔 좋은 기회다. 게다가, 물건을 팔면서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즐거운 이벤트 날이기도 하다. 이사 전 미리 짐을 줄이고, 새로운 집에 가서도 깔끔하게 시작할 수 있는 일종의 ‘이사 준비 운동’ 같은 셈이다.
그리고 보통 큰 짐을 옮기기 위해 캐나다인들은 유홀(U-Haul)이라는 트럭을 빌린다. 셀프 이사가 워낙 일반화된 데다, 가구점들이 보통 가구 배달을 무료로 해주지 않기 때문에, 캐나다에서는 큰 짐을 옮길 때마다 트럭을 빌리는 것이 거의 필수적인 시스템이 되었다.
이 트럭은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되는데, 일반 트럭 모양의 차량을 통째로 빌릴 수도 있고, 단지 짐을 넣을 수 있는 컨테이너만 빌려 자신의 차에 연결해 운반할 수도 있다.
특히 장거리 이사의 경우, 이사할 지역까지 트럭을 빌려 가고, 도착지에서 트럭을 반납할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어, 많은 캐나다인이 이 방식을 선호한다.
유홀 트럭을 빌리는 비용은 20피트 트럭(중형 트럭)을 하루 대여하면 약 $50 -~$70으로 (약 5만 4000 원 ~ 7만 5000 원)이 소요되고, 컨테이너만 대여하는 경우, 하루 기준으로 약 $15 ~$30(약 1만 6천 원~약 3만 2천 원)이 들며, 이동 거리당 마일리지 비용이 추가된다. 홈페이지에는 내가 필요한 조건에 따라 선택해서 트럭을 빌릴 수 있고, 선택사항에는 필요한 이사 도구와 인부를 고용하는 옵션도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나는 다행히도 이사 갈 집에 이사할 시간적 여유가 약 한 달 정도 있었기 때문에, 매일 조금씩 짐을 나의 차로 옮길 수 있었다. 침대와 소파 같은 큰 짐을 옮길 때는 ‘유홀’ 트럭을 빌려 사용했더니, 매우 경제적이었다. 이 덕분에 전체 이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이사를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짐을 옮겼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삿짐을 다 옮긴 후에는 정말 마지막 숙제인 청소가 남아 있다. 캐나다에서는 이사를 나가는 사람이 집을 기본적으로 완전히 깨끗이 청소해 놔야 한다.
이 작업 또한 매우 힘들다. 오래된 집이 많다 보니 묵은때를 벗기는 일이 만만치 않고, 벗겨진 페인트는 새로 칠해 메꿔야 한다. 인생 처음 페인트칠을 해보는데 그게 잘 될 리가 없었다. 캐나다인들은 그냥 뚝딱 해치우는 일을 우리는 몇 시간에 걸쳐 겨우 해치웠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이사 들어가는 집도 예전 사람들이 노고 덕에 새집처럼 깨끗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끝나고 나니, 이렇게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사실 이사는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한 번 해보니 "이사는 지옥이다"라는 정의가 그냥 내려지고 한국에서의 포장 이사의 그 달콤한 편리함이 더욱 그리워진다.
zziobe1052@gmail.com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