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첫 여성 대통령' 도전하는 해리스-클린턴 선거 전략은 다르다
해리스, 여성·흑인 부각하기보다 정책·경력 집중
"클린턴보다 오바마 전략 취한 듯"…검사 경력 강조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지만 2016년 먼저 그 타이틀에 도전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이나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앞세우기보다는 정책과 경력 등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악시오스, 영국 텔레그래프 등은 공통적으로 해리스 부통령이 클린턴 전 장관과는 전략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짚었다.
WP는 '해리스가 최초의 여성이라는 구호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8년 전 힐러리 전 장관의 지명을 공식화한 민주당 전당대회와 올해 전당대회의 모습을 비교했다.
매체는 "8년 전 필라델피아의 대형 스크린에 44명의 남성 대통령 사진이 나타났고, 유리판이 깨지며 클린턴이 웃고 있는 모습이 생중계로 겹쳤다"며 클린턴 전 장관이 유리천장을 깬다는 메시지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최초' 타이틀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다. 민주당 전당대회에 정통한 소식통은 WP에 "일부 연설자가 '최초'라는 점을 암시할지는 몰라도, 최초라는 주제는 이번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2010년 해리스 부통령의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선거 캠프를 관리했던 브라이언 브로코는 WP에 "해리스는 경력의 모든 단계에서 첫 번째였던 사람"이라며 "그러나 그런 점은 늘 다른 사람에 의해 언급됐고, 본인 스스로 직접 최초라는 점을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금까지 선거 운동에서 성별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성별보다는 자신의 배경과 후보로서 자질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
WP는 "민주당은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2016년에 지면서 얻은 교훈과 트럼프가 인종과 성별을 공격하며 정치적 권력을 강화하는 것을 수년간 지켜본 후 전략을 재조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악시오스 역시 "클린턴은 여성의 백악관 진출을 막는 상징적인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 천장을 캠페인의 초점으로 삼았지만, 해리스의 접근 방식은 클린턴과는 다르다"며 "지금까지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선거 캠페인 메시지의 핵심으로 삼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같은 전략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을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부각하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폴리티코는 "오바마는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면 역사적인 2008년 캠페인에서 자신의 인종에 대해 많이 언급하지 않았다"며 "대신 대부분의 시간을 더 광범위한 유권자, 특히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과 같은 주요 주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한 백인 유권자들에게 연설하는 데 보냈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방식을 차용해 자신의 성별이나 인종을 앞세우기보다는 경력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외신들의 평가다.
폴리티코는 "그녀의 TV 광고는 법무장관으로서의 업무, 월가 은행과 대형 제약회사에 맞선 그녀의 기록을 이야기한다"며 "이번 주말에는 펜실베이니아 서부를 버스로 순회했는데, 이곳은 민주당원에서 트럼프 지지자로 전향한 사람들이 사는 주로 백인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텔레그래프도 "해리스의 메시지는 (클린턴과) 매우 다르다. 선거 광고는 지방 검사로서 그녀의 업무를 강조해 '중범죄자(트럼프)를 상대로 출마하는 검사'라는 주제를 드러낸다"고 짚었다.
여기에 더해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여성 유권자들이 중요시하는 정책에 초점을 맞춰 이들의 표를 끌어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민주당 정치 전략가인 메리 눈은 텔레그래프에 "빵과 버터(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며 "교육, 육아, 가족 예산. 이것들은 여성 유권자들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민주당 지지자)은 힐러리 클린턴 때 저지른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며 "교외에 사는 많은 백인 여성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했고 그 이후로 그가 임신 중절에 대해 한 일로 소외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해리스 부통령이 클린턴보다 신선한 얼굴이기 때문에 다양한 방면의 선거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뉴햄프셔주 세인트 앤셀름 대학 정치학 교수인 크리스토퍼 갈디에리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해리스는 상대적으로 깨끗한 상태이기 때문에 대부분 미국인은 민주당의 열광과 호의적인 뉴스 보도 속에서 그녀를 처음 접하게 된다"며 "반면에 힐러리 클린턴은 2016년 출마 전 수십 년 동안 대중의 주목을 받아왔고, 그동안 내내 보수층으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여성 유권자들은 해리스를 지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녀가 경쟁에 훨씬 적은 부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리스가 남성 지지율 손실 없이 여성 지지율을 유지하거나 늘릴 수 있다면, 매우 강력한 입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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