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약집' 프로젝트 2025 책임자 사퇴…대내외 비판 부담

WSJ 30일 소식통 인용보도…"폴 댄스, 8월말 헤리티지 재단 떠난다"
정책 제언 대신 2기 인선에 집중…트럼프 "일부 극우파가 작성" 일축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건물 전경<자료사진>. 2024.07.30.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2기 집권 정책을 제언한 '프로젝트 2025' 책임자가 전격 사퇴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프로젝트 2025를 트럼프 전 대통령 공격 소재로 삼은 데다 공화당 일각에서도 보수 일변도의 제언이 중도층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거리를 두자 거취를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프로젝트 2025를 총괄한 폴 댄스가 최근 헤리티지 재단 직원들에게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미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일한 고위 관료들과 100여개의 우파단체와 함께 지난해 4월 정책 제언집 프로젝트 2025를 발간했다. 이를 지휘한 책임자 댄스가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다.

댄스는 직원들에게 메모를 보내 프로젝트는 공화당 정·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전당대회를 끝으로 마무리될 예정이었다며, 오는 8월 말 헤리티지 재단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케빈 로버츠 헤리티지 재단 회장이 프로젝트 2025의 운영을 이어받게 되며 앞으로는 정책 제언 대신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대비해 2기 행정부에 기용할 만한 보수 인물들을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하는 작업에 치중할 방침이다.

소식통들은 지난 몇주간 트럼프 캠프에서 프로젝트 2025가 이목을 끌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헤리티지 재단에 전달했다고 입을 모았다. 크리스 라시비타 캠프 대변인이 지난 18일 폐막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프로젝트 2025를 '골칫거리'라고 불렀을 정도다. 라시비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프로젝트 2025가 종결됐다는 보도를 크게 환영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단체에 경종을 울렸다"고 밝혔다.

900쪽 분량의 프로젝트 2025에는 교육부를 폐지하고 연방정부의 다양성·형평성 정책을 중단하는 한편 경구용 낙태약의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취소하는 등 광범위한 국정 과제가 깨알 같이 나열돼 있다. 민주당엔 그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할 거리가 늘어난 것으로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3일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중산층을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고, 24일 인디애나주 유세에선 "극단주의자들이 우리를 퇴보시키려 한다"고 직격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프로젝트 2025는 자신과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20일 미시간주 유세에서 프로젝트 2025가 "일부 극우파에 의해 초안이 작성됐다"며 관련자 중 극히 일부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일에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프로젝트 2025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제언 일부는 "완전히 우스꽝스럽다"고 비꼬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리티지 재단 등 외부 기관이 너무 많은 관심을 받은 데다 2기 행정부 인선을 구상하자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그럼에도 프로젝트 2025의 상당 부분은 트럼프 1기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작성했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선거 유세에서 새롭게 공약했거나, 과거 백악관에서 추진했던 정책과 일치한다는 게 이날 WSJ의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일 (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피격 사건, 후보 선출 이후 처음으로 열린 JD 밴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와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2024.07.2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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