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보호 받는 트럼프"…벌써부터 권력 남용 경계 목소리

열성 지지층 '강력한 지도자' 원해…이민자 대규모 추방 등 전망
당내 우려 소수 목소리로…"법무부 대상, 닉슨도 얼굴 붉힐 복수"

18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에 참석하고 있다. 트럼프는 오늘 후보직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2024.07.18. ⓒ AFP=뉴스1 ⓒ News1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州)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 나선 가운데, 그가 재집권하면 '독재자'처럼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미 정치권에서 나온다.

로이터는 이날 보도에서 총격 사건에서 암살을 가까스로 피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정치 지도자를 뛰어넘어 신의 보호를 받는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짚었다.

전당대회에 참석한 하원의 에드 타플리 의원(루이지애나)은 "나는 트럼프를 신이 죽음에서 구해 준 운명의 사람이라고 믿는다"라며 "그는 특별한 사명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미 정가에서는 공화당 지배력을 강화한 트럼프가 오는 11월 5일 대선에서 승리하면 첫 임기(2017~2021년)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치에서 자신의 공약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주 로이터가 여론조사전문 입소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 응답자의 절반은 '국가가 위기에 처해 있으며 법원과 의회의 지나친 간섭 없이 통치할 수 있는 강력한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민주당 지지자와 무당층이 각각 35%와 33%에 그친 것에 비해 높은 응답률이다.

미 정가에서는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관세 부과율 확대, 자신에게 비협조적인 정부 관료 해임 등 그가 공언한 정책이나 공약 실행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트럼프의 지지도가 오르는데다, 트럼프 열성 지지층 중 많은 이들이 강력한 대통령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전당대회에 콜로라도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한 목재 사업주 빌 다 우드(79) 씨는 "나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열렬한 팬인데, 그도 공화당을 하나로 모았다"며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타플리 의원은 "정책에 저항하는 관료집단 및 선출된 공무원으로부터 자유롭게 정책을 선출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독재자'가 될 것이라고 말해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나중에 농담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트럼프의 권력 남용의 대상으로는 법무부가 1순위로 꼽힌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2021년 1월 6일 의사당 폭동을 일으켜 수감된 지지자들을 사면하겠다고 해 민주당으로부터 맹비난을 받은 바 있다.

트럼프 자신도 의사당 폭동과 관련해 선동 혐의를 받고 있는데, 트럼프가 형사기된 사건은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으로 유죄 평결을 받은 것을 포함해 4건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측은 바이든 정부의 사법 탄압이라며 자신이 집권하면 연방정부 조직에 대한 대규모 개편을 감행할 계획으로, 법무부를 1순위 타깃으로 꼽은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며느리 라라 트럼프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의장과 참석을 하고 있다. 2024.07.1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에 대해서는 공화당 내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소수 의견이 되어가는 분위기이다.

로이터는 인터뷰한 전당대회 참석자 중 남부 주 출신의 공화당 고위 당원 한 명만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폭주를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 당원은 트럼프가 독재자가 돼 정부 기관을 '예스맨'으로 채우고 정적에 대한 복수를 추구할까 봐 걱정된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공화당 전 대선후보였던 아사 허친슨은 "법무부는 아마도 (복수의) 완벽한 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81) 미국 대통령 선거 캠프 대변인인 아마르 무사는 "트럼프는 거짓말쟁이이긴 하지만 그가 독재자로 통치하겠다고 한 말은 믿는다"라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트럼프 캠프 대변인인 스티브 청은 "트럼프가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재선되면 독재자가 될 수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공포 조장'이자 노골적으로 미국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맞받았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더라도 의회와 법원의 견제를 받게된다는 점에선 우려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키카 마토스 국립이민법센터 대표는 "보수성향의 법관이 다수인 연방대법원에서 트럼프가 임명한 판사조차도 그의 정책에 반하는 판결을 내리곤 한다"고 지적했다.

미 역사학자 티모시 타프탈리는 최근 대법원이 대통령 재임 중 대부분의 행위에 대해 포괄적인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판결을 내렸고, 공화당이 강성하기 때문에 트럼프가 악의적으로 행동하고 자신의 개인 권력과 정치적 보복을 위해 별 제약 없이 대통령직을 이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프탈리는 "트럼프가 법무부를 대상으로 리처드 닉슨도 얼굴을 붉힐 만큼 복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1974년 대통령직에서 사임한 제37대 미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닉슨재선위원회가 민주당 당사를 도청하려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사임했다.

당시 닉슨은 워터케이트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자 특별검사 해임하려 했고, 법무부 장관은 이를 거부해 사퇴하는 등 극한으로 대립했다.

리처드 닉슨 제37대 미국 대통령과 2024년 미 대선 공화당 대선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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