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연방대법 개혁안 준비…법관임기 제한·윤리강령 신설"
WP, 바이든-민주당 화상회의 녹취 입수…"대법원 제한하는 새로운 계획 내놓을 것"
대법, 낙태권 폐지하고 대출 탕감 제동…트럼프 '면책특권 인정' 판결에 바이든 결단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 개혁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신직인 대법관의 임기를 제한하고 윤리 강령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일부 대법관들이 각종 이해 상충 문제로 물의를 빚은 데다 보수 우위의 대법원이 정치적 파장이 큰 판결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개혁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한다.
16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3일 민주당 내 '의회진보 코커스' 소속 의원들과 가진 화상회의에서 연방대법원 개혁을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WP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법원을 제한하는 새로운 계획을 내놓겠다. 지난 3개월 동안 헌법 학자들과 협력해 왔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의원들을 상대로 관련 입법에 동참해 달라고 요구했다. WP는 바이든 대통령이 구체적인 개혁안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개혁안 상당 부분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의회진보 코커스는 신민주연합과 함께 민주당 내 양대 계파를 이루는데, 비교적 진보·좌파 선명성이 분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방대법원 개혁과 관련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2명은 이날 WP에 바이든 대통령이 앞으로 몇주 내로 대법관의 임기를 제한하고 윤리 강령을 규정하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대통령을 비롯한 헌법상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광범위한 면책특권을 없애기 위해 의회를 상대로 개헌을 요구할지 여부도 바이든 대통령이 고심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다.
미국 사법 체계의 정점에 있는 대법원은 다른 연방법원들과 달리 종신 고용이 보장돼 9명의 대법관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럼에도 상원 사법위원장 출신인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대법원 개혁에 회의적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법관 정원 확대를 요구하는 당내 요구를 잠재우기 위해 당선 시 법원개혁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고 취임 이후 이를 설립했지만, 해당 위원회가 이듬해 제출한 보고서를 받고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언론 보도로 대법관 2명이 이해 상충 논란에 휩싸이면서 대법원 위신이 땅에 떨어지자 바이든 대통령도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당시 클라랜스 토마스 대법관이 텍사스 부동산 재벌로부터 협찬을 받아 인도네시아에서 50만달러(약 6억원) 상당의 호화 요트 여행을 즐긴 정황이 폭로됐다.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도 2008년 알래스카로 낚시 여행을 떠날 당시 헤지펀드 창립자의 전용기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한 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상 권리로 보장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49년 만에 파기하고(2022년 6월),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 명령으로 야심 차게 추진했던 대학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에 제동을 걸었던 것도(2023년 7월) 바이든 대통령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쐐기를 박은 건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기한 전직 대통령 면책 특권과 관련해 지난 1일 대법원이 재임 중 행한 공적인 행위에 한해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인정하고 사건을 1심 법원으로 파기 환송한 판결이었다.
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면책특권 일부 인정 판결이 나온 당일 로렌스 트라이브 하버드대 헌법학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판결의 함의와 대법원 개혁 방안을 물었다. 같은 날 공개 발언을 통해 여성의 선택권을 빼앗은 대법원이 법치를 훼손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에도 트라이브 교수와 법관 임기 제한 및 윤리 강령 신설을 통한 대법원 견제 방안과 대통령 면책특권을 폐지하기 위한 헌법 개정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트라이브 교수는 이날 WP에 바이든 대통령과 두차례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통화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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