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낙태 금지' 한발 물러선 정강정책 승인…"트럼프 의중"

밀워키서 나흘간 '트럼프 출정식' 전당대회…중도 껴안기 시동
트럼프 전당대회 첫날 귀에 붕대 붙인 채 등장, 발언은 안 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 (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24.07.16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미국 공화당이 1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州)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낙태에 한층 유연한 내용의 새 정강정책을 공식 승인했다.

오는 11월 5일 치러지는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채택된 이번 정강정책은 공화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의 선거공약집이나 다름없다.

이날 공화당 대의원들이 승인한 정강정책은 2016년과 2020년 정강정책이 담고 있던 임신 20주 이후에는 낙태를 연방법로 금지한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관련 보도에서 공화당이 미국 정치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이슈(낙태) 중 하나에 대한 오랜 입장을 공개적으로 포기한 것은 2022년 6월 미연방대법원이 여성들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50년 만에 뒤집으면서 여론이 악화한 것을 의식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당시 판결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9명의 판사 중 3명을 보수적 성향의 판사로 바뀌면서 연방대법원이 보수 우위가 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고, 트럼프를 향해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특히 낙태 반대 세력이 낙태 시술에 대한 접근을 보호하거나 복원하기로 투표하기로 한 세력에 잇따라 패하자,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낙태에 대한 입장을 '각 주에 맡길 문제'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를 두고 트럼프가 찬반 세력이 첨예하게 다투고 있는 낙태 문제에 있어 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여 줌으로써 중도표를 끌어모으돼, 낙태에 기본적으로 반대해 온 조 바이든(81) 미국 대통령 지지세력의 결집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애리조나와 네바다를 포함한 여러 격전 주에서 대선일에 낙태 찬반을 두고 투표가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트럼프가 기존 연방 차원의 낙태 금지 입장을 유지한다면 낙태 금지에 반대해 온 민주당 지지 진영의 결집을 초래 할 수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첫 세션이 끝난 후 참석자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4.07.16. ⓒ 로이터=뉴스1 ⓒ News1 장시온 기자

올해 공화당 정강정책은 '미국 우선, 상식으로의 회귀'(American First: A Return to Common Sense)라는 제하에 16장 분량으로, 60장 분량에 달했던 2016년과 2020년에 비해 훨씬 간소화했다.

공화당은 불필요하게 장황한 정강정책이 민주당에 공격 빌미만 제공한다며 간소화하겠단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서문에 담긴 20개 원칙 중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국경 봉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추방 시행 △인플레이션 종식 △제조 초강대국 전환 △대규모 세금 감면 및 팁 면세 △총기 보유 및 소지할 권리 수호 △유럽과 중동 평화 회복 △전기자동차 의무화 취소 △군 현대화 등이 있다.

이후 10개 분야별 정책지향점을 보면 외교안보분야는 '힘을 통한 평화로의 복귀'로 명명하고 동맹국들의 분담금 부담 이행, 미국 국익에 중점을 둔 외교 정책 추진, 미국 국경 수호 등을 주요 정책 과제로 꼽았다.

통상분야에 있어서는 외국산 상품에 대한 기본(보편) 관세 부과와 중국에 대한 최혜국 지위 박탈 및 필수품 수입에 대한 단계적 중단, 중국의 미국 부동산 및 사업체 구매 차단 등을 주요 정책 지향점으로 담고 있다.

다니엘 알바레스 미 공화당 전국위원회 대변인은 "이번 정강정책은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를 위한 비전을 반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틀 전 총격으로 귀가 찟기는 부상을 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전당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른쪽 귀에 사각 붕대를 대고 전당대회 첫날 말미에 입장했으며, 별도의 발언은 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 (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에서 열린 전당대회에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과 참석을 하고 있다. 2024.07.16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