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가, 트럼프 피격에 충격·뒤숭숭…대선 영향에 촉각

트럼프 안위 기원하면서 한 목소리로 정치 폭력 규탄
민주, 대선 악영향 차단 주력…공화는 "바이든·민주 탓" 공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 (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선거 집회서 유세를 하던 중 총격 사건이 발생해 얼굴에 핏자국을 묻은 가운데 경호원들과 긴급하게 대피를 하고 있다. 2024.07.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州) 선거유세 도중 피격을 당한 가운데, 워싱턴DC 정가는 충격 속에 뒤숭숭한 모습이다.

미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이번 총격 사건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안위를 기원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번 사건이 오는 11월 대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15분쯤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던 도중 총격을 받아 오른쪽 귀 윗부분에 부상을 입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유세장을 떠나 의료시설에서 검진을 받았으며, 생명엔 지장이 없고 안전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치권은 여야는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친소 관계를 불문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안위를 기원했고, 정치 폭력을 용납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주말을 맞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에 머물고 있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나는 그가 무사히 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돼 감사하다"며 "더 많은 정보를 기다리는 동안 그와 그의 가족, 그리고 집회에 참석한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레호보스 비치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도중에 일어난 총격 테러와 관련한 대국민 연설서 "이런 종류의 폭력이 있을 자리는 없다. 역겹다. 이것은 우리가 통합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고 밝히고 있다. 2024.07.14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긴급 대국민연설을 통해 "미국에서 이 같은 종류의 폭력이 있을 곳은 없다"며 "미국에서 이런 정치 폭력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고 적절하지 않다. 모두가 규탄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중도낙마시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성명을 통해 "더그(남편)와 난 그가 심각하게 다치지 않아 안도했다"며 "이같은 폭력은 우리나라에 있을 자리가 없다. 우리는 모두 이 혐오스러운 행위를 규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및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각각 성명을 내고 정치 폭력을 비판하고 모두가 함께 규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출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및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각각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면서 "우리 민주주의에 정치 폭력이 존재할 곳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워왔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의 목숨에 대한 비열한 공격 이후 무사하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엑스에 올린 성명을 통해 "가족이 정치 폭력의 피해자가 됐었던 사람으로서 저는 어떠한 종류의 정치 폭력도 우리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직접 체험으로 알고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사하다는 데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엑스에 올린 글에서 "자유를 사랑하는 모든 미국인에게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대통령 후보에 대한 폭력은 결코 정당화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세를 하던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카운티의 한 행사장에서 총격이 발생했다. 사건 이후 지지자들이 모두 떠나고 응원 팻말과 빈 물병 등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2024.7.13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통령 러닝메이트 후보로 거론되는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JD 밴스(오하이오)·팀 스콧(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과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 세라 허커비 샌더스 아칸소 주지사 등도 모두 성명을 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안위를 기원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번 총격 사건이 오는 11월 대선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이 자칫 대선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파장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 대선 캠프는 총격 사건 직후 직원들에게 "소셜미디어나 공개석상에서 어떤 코멘트도 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메모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 캠프는 또 사건 발생 직후 대외 접촉은 물론 TV광고도 중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가진 뒤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이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과 공화당 인사들은 이번 총격 사건이 그간 바이든 대통령 및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 언사에 기인한 것이라고 책임을 돌리고 있다.

밴스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캠프가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막아야 하는 독재주의 파시스트"라고 비난해 왔다며 "그러한 언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살시도로 직결됐다"고 주장했다.

스콧 상원의원도 소셜미디어에 이번 사건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 위협, 파시스트라고 끊임없이 부르고 있는 급진 좌파와 기업 미디어에 의해 지원받고 방조된 암살시도"라고 했다.

더 나아가 마이크 콜린스(조지아) 하원의원은 엑스에 "조 바이든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현재 극우 성향 소셜미디어엔 구체적인 증거 제시 없이 좌파의 그림자 인물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았다거나 바이든 행정부내 비밀결사 조직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를 막기 위해 이번 총격 사건을 벌였다는 등 근거 없는 주장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하원이 청문회를 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을 전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