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 묻힌 나토 회의…바이든 사퇴여부에 이목집중

바이든, 폐막 직후 단독 기자회견…"전임자 트럼프는 나토에 헌신 안해"
인지력 논란이 정상회의 피날레 장식…AFP "정치적 생존을 위해 투쟁" 직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75주년 기념 정상회의가 폐막한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단독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4.07.1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서방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막을 내렸다. 창설 75주년에 걸맞게 32개 회원국과 한국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러시아를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에 따른 인지력 저하 논란으로 최근 후보직 사퇴 압력에 직면하는 바람에 나토의 강력한 대(對)러 규탄 메시지가 묻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폐막 직후 단독 기자회견을 자처한 게 결정적이었다.

이날 AFP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싸웠다"며 "이번 정상회의의 물을 흐려놨다"고 직격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고, 나토를 더욱 강하게 유지하겠다"며 동맹 결속을 약속했지만, 전 세계 언론은 '그가 대선 후보 자리에서 내려올 의향이 있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모두 발언의 상당 부분을 자신의 정치적 강점을 내세우는 데 할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 전임자는 나토에 대한 헌신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며 "그는 나토 조약 제5조를 지킬 의무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꼬집었다. 나토의 집단방어 의무를 명시한 조약 내용을 언급하며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맹을 헌신짝처럼 여기는 점을 질타한 것이다.

또한 지난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에 그친 것을 거론하며 "인플레이션이 하락했다는 훌륭한 경제 보고서가 나왔다. 자동차, 가전제품, 항공 요금이 떨어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수입품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에 대해 "미국 가계가 연 평균 2500달러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이어진 질의응답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본선 경쟁력을 둘러싼 기자들의 매서운 질문이 쇄도했다. 첫 질문부터 '민주당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핵심 지지층인 노동조합의 이탈이 두드러진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첫 대선 TV토론 이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인지력 논란은 이날도 제기됐다. '대선 전 인지 검사를 받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의사가 권유하면 받겠지만, 지금 아무도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을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있을지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 부통령'으로 거명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나토 IP4를 언급하는 과정에선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중 한국을 빼먹고 호주만 2번 말하기도 했다. 모두 인지력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필만한 대목이다.

앞서 나토 32개국 정상들은 전날 공동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2년째 침공 중인 러시아에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했다. 또한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을 규탄하고 러시아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중국을 향해선 물질적·정치적 지원 중단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에는 약 60조원을 들여 군사장비와 훈련을 제공하는 계획을 약속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불가역적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의 피날레를 이날 개인 기자회견으로 장식하면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워싱턴 선언'은 하루 만에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인지력 논란을 불식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복안이 성공했는지도 미지수다. 미 CNN 방송은 기자회견 직후 짐 하임스(코네티컷), 스콧 피터스(캘리포니아), 에릭 소렌슨(일리노이) 하원의원의 합류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후보직 사퇴를 요구한 민주당 내 상·하원 의원은 17명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