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퇴시 1순위는 해리스' 美민주 공감대…경쟁력에 대해선 이견

WP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동료 의원들에 해리스 지지의사 표시"
바이든 지지율, 큰 변화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내주 공개 행보 관심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스위스 루체른 인근 슈탄스타트의 부에겐스톡 리조트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의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개회 전체 회의 중 연설하고 있다. 2024.06.15/ ⓒ 로이터=뉴스1 ⓒ News1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조 바이든(81) 미국 대통령이 대선 완주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서는 카멀라 해리스(59) 부통령을 대안으로 내세울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 대선 첫 TV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거세진 후보 교체 요구와 이에 따른 민주당 내 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 현지 언론들은 이번 주말이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중도하차 여부를 가를 중대기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뉴욕)가 바이든 대통령의 대체자로 해리스 부통령을 내세우는 게 최선이라는 견해를 동료 의원들에게 전하고 있다고 익명의 제보를 전제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원 고참 의원이자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제임스 E. 클라이번 하원 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바이든이 물러날 경우 해리스를 지지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그의 동료 의원들도 "해리스를 위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을 대체할 것으로 거론되는 또다른 '잠룡'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바이든이 중도 사퇴할 경우 열릴 민주당 내 후보자 경선에는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자신의 후임으로 해리스를 지지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부연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해리스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하는 기류가 강했지만, 바이든이 첫 TV토론에서 '고령 논란'을 키우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전문매체 더힐(The Hill)은 민주당 당내 인사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운명이 앞으로 몇 주 동안 나올 여론조사에 달려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이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과 트럼프 간 대결에서는 바이든 43%, 트럼프 49%로 격차가 6%p 차로 벌어졌다. 반면 해리스와 트럼프 간 가상대결에서는 해리스 45%, 트럼프는 47%의 지지율로 격차가 오차범위 내였다. 또 민주당 유권자와 민주당 지지성향 무당층 유권자의 56%는 바이든이 아닌 인사가 대선 후보로 나서 백악관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같은 유권자 중 바이든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 응답비율은 43%에 그쳤다.

미국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첫 TV 토론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임여익 기자

해리스를 대체자로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민주당 내 인사들은 그가 바이든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 즉 흑인·청년·여성 유권자 등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당내 진보성향 인사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처에 반대하는 유권자의 지지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11월 5일 대선일까지 4개월 남짓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리스 외 다른 후보자를 찾는 것은 법적, 정치적, 재정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고 정치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워싱턴포스트는 "다른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바이든과 해리스 조합을 지지한 대의원들의 지위와 40억 달러에 달하는 선거 자금 모금액을 합법적으로 넘길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를 수반할 것"이라고 짚었다.

해리스 부통령의 전 공보실장이었건 자말 시몬스는 "제도상 해리스보다 (대제자로서) 더 나은 위치에 있는 사람은 없다"라고 말했다.

해리스가 바이든 대통령보다 경쟁력 있는 후보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해리스는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의 불법 이민 문제를 담당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부통령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해리스가 중서부 교외 지역의 백인 중도자들의 표심 공략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비록 바이든의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큰 변화는 아니라는 점도 민주당 인사들을 고심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미 정치전문사이트 리얼클리어폴링(RCP)에 따르면 최근 미국 내 각종 여론조사 평균치는 트럼프 46.7%, 바이든은 43.8%로 격차가 2.9%p이다. 트럼프와 해리스 간 격차는 46% 대 44%, 2%p로 바이든과 큰 차이가 없었다. TV토론 직후 CNN이 실시한 여론조사의 경우는 해리스에 대한 호감도는 29%로 34%인 바이든보다 낮았으며, 39%인 트럼프에는 한참 못 미쳤다.

민주당 한 인사는 "해리스를 매우 좋아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며 "해리스가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이 그녀의 순간은 아니라고 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TV토론에서 5일 ABC 방송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7일에는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 나선다. 내주 9~11일에는 워싱턴DC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기자회견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공개 일정에서 바이든이 TV토론때와 같이 노쇠한 모습을 보인다면 사퇴 요구는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 나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 질 바이든 여사는 'VOTE'(투표하라)로 도배된 의상을 입고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진행된 유세 현장에 등장했다. 2024.6.30. ⓒ AFP=뉴스1 ⓒ News1 이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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