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 팬데믹 때 비밀리에 中백신 반대 운동 펼쳤다”-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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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펜타곤(미국 국방부)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비밀리에 중국 백신 반대 운동을 펼쳤었다고 로이터통신이 16일(현지시간) 단독 보도했다.

펜타곤은 “코로나는 중국에서 왔기 때문에 중국에서 온 백신을 믿을 수 없다”는 논리를 앞세워 중국 제약회사 시노백이 만든 코로나 백신 반대 운동을 펼쳤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특히 이 같은 작전은 필리핀과 이슬람 국가에 집중됐다.

팬데믹이 한창일 때 필리핀은 백신이 부족했다. 우선순위에 밀려 서구 선진국이 만든 백신을 공급받기 어려웠다. 이에 중국은 시노백 백신을 필리핀에 제공했다.

이때 펜타곤은 비밀리에 중국 백신을 믿을 수 없다는 캠페인을 펼쳤다.

펜타곤은 필리핀인을 사칭하는 가짜 인터넷 계정을 통해 “시노백 백신은 물론, 중국산 의료품은 믿을 수 없다”는 캠페인을 펼쳤다.

타갈로그어로 된 반중국 백신 트윗 - X 갈무리

펜타곤은 X(구 트위터)에 약 300개의 가짜 계정을 만들어 이같은 캠페인을 주도했다.

대표적인 트윗은 "코로나는 중국에서 왔고 백신도 중국에서 왔으니 중국을 믿지 말라"였다.

이뿐 아니라 펜타곤은 중앙아시아와 중동 전역의 이슬람 국가들을 상대로 중국 백신에는 돼지고기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캠페인을 펼쳤다.

아랍어로 된 반중국 백신 트윗 - X 갈무리

중국 백신에 돼지고기 젤라틴이 포함돼 있다고 거짓 정보를 퍼트린 것. 돼지고기는 이슬람이 금기하는 식품이다.

펜타곤의 캠페인은 효과가 있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시 필리핀 대통령은 중국산 백신 접종을 원하는 필리핀 국민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체포하겠다고 위협할 정도였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이 캠페인은 트럼프 집권 말기부터 시작돼 바이든 집권 초기까지 지속됐다.

군부가 이 같은 작전을 펼친 이유는 중국이 코로나 백신 외교로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 다른 동남아 국가들을 중국에 더 가까이 끌어들여 지역 패권의 야망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중국산 백신은 미국이 주도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세계보건기구(WHO)의 승인을 받은 백신이다.

중국 국영 제약사 시노백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그럼에도 미국은 중국산 백신을 믿을 수 없다는 거짓 정보를 흘린 것.

미국 공중 보건 전문가들은 “미국이 지정학적 이득을 얻기 위해 제 3세계 시민들을 위험에 빠트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트머스 가이젤 의과대학의 전염병 전문가 다니엘 루시 교수는 "미국 정부가 그런 짓을 했다는 말을 듣고 극도로 당황스럽고, 실망스럽고, 환멸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펜타곤의 이같은 캠페인으로 제때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죽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중국도 정보전을 펼쳤었다. 중국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열린 세계군인 체육대회에 참석한 미군으로부터 발원했다고 주장하는 등 거짓 정보를 흘렸었다.

미국도 이에 맞서 치열한 정보전을 벌였다고 서방의 대표 언론 로이터가 보도한 것이다.

sinopark@news1.kr